매일신문

본프레레 첫날부터 고강도 '담금질'

한국축구 새 사령탑으로 온 요하네스 본프레레 감독이 첫 날부터 의외의 고강도 훈련으로 태극전사들을 휘어 잡았다.

본프레레 감독은 29일 파주 NFC(대표팀 트레이닝센터)에 선수들을 소집한 뒤 예정보다 30여분 긴 2시간 동안 휴식없는 담금질을 실시해 첫 훈련을 '가볍게' 생각하고 나왔던 선수들을 녹초로 만들었다.

이날 실시한 훈련은 20분씩 2쿼터로 진행된 10대 10 패스 게임과 2대 1 월패스를 이용한 문전 침투.

"감독이 원하는 축구 스타일을 빨리 따라잡아야 겠다"며 의욕을 갖고 그라운드에 나선 태극전사들은 익숙한 패스 게임에서는 예전 코엘류 전 감독이 있었을 당시와 비슷하게 짧은 원터치 패스 위주로 볼 감각을 익혔다.

본프레레 감독이 조금씩 '열'을 내기 시작하고 선수들도 사뭇 당황하게 된 것은 2라운드인 월패스 훈련 때부터.

선수들을 3-4곳에 무리지어 갈라놓고 벽을 이용하듯이 주고 빠지고 다시 받는 동작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패스에 힘이 없고 움직임이 느려지자 감독의 불호령같은 고함 소리가 들려왔다.

본프레레 감독은 '패스트(fast), 패스트', '스피드 업', '굿 패스, 굿 패스'를 연발하더니 그래도 선수들의 동작이 굼뜨자 화가 치민 듯한 목소리로 '스톱, 스톱'을 외쳤다.

그리고는 선수에게 화들짝 뛰어가 뭐가 잘못됐는지, 왜 그렇게 밖에 움직이지 못하는지 다그쳤고 "그런 패스로 뭘 하겠느냐"며 면박을 주기도 했다.

반바지형 트레이닝복 차림의 그는 직접 그라운드를 뛰어다니면서 시범을 보이고 슈팅까지 날려가며 잘못된 동작 하나하나를 지적했다.

허정무 수석코치도 "장난하듯이 하면 안돼, 집중 또 집중해"라며 선수들을 몰아붙였다.

설기현(안더레흐트), 김은중(서울), 김대의(수원), 이관우(대전) 등 공격수들은 처음에는 본프레레 감독의 의도를 잘 이해하지 못한 듯 자꾸만 호흡이 어긋났으나 7-8차례씩 침투를 반복하자 차츰 발이 맞아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수비수-스트라이커-미드필더-스트라이커로 이어지는 4단계 월패스 훈련이 시작되자 다시 부정확한 패스와 어이없는 슈팅이 잇따라 나오면서 본프레레 감독의 얼굴을 일그러 뜨렸다.

본프레레 감독은 "움직이지 않으니까 공간이 생기지 않는 것 아니냐"며 한발짝 더 뛸 것을 주문했다.

팀 미팅에서 유머와 위트가 넘치고 '동네 아저씨'같이 말씀을 하시더라며 마음을 놓았던 선수들은 땀을 비오듯 쏟으며 뛰어다니는 본프레레 감독 앞에서 고개를 숙이며 다시 축구화 끈을 동여맸다.

본프레레 감독은 "선수들이 약간 지쳐 보이는 것 같아 오히려 훈련 시간을 늘렸다. 내 훈련은 항상 이런 방식"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김은중은 "생각보다 힘든 훈련이었다"며 고개를 가로저었고 태극전사 대부분이 숨을 헐떡거렸지만 그라운드를 떠나는 얼굴에는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보려는 의지가 번뜩여 보였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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