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이 도통 좋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었다.
보이지 않는 돌파구, 쌓여가는 업무, 그 와중에 아무 것도 하지 못하는 무력한 내 자신을 지켜보는 것……, 스트레스는 쌓여간다. 데드라인을 겨우 며칠 앞둔 일들, 그 진척 상황이 만족스럽지 못할 때 밀려드는 불안감과 싸움은 때론 일 자체보다 더 힘들다. 그런 날들의 연속이었고, 사실 마음의 여유를 갖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듯 보였다.
'미샤 마이스키와 백혜선의 듀오' 공연에 갈 수 있는 기회를 코앞에 두고도 갈등을 수십 차례 하다가 못 가겠다는 마음의 결정을 내렸다. 일이 쌓여 있는데 싶어서 말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만사를 제혀 두고 달려온다는 친구들의 열성에 나의 결심을 바꾸게 된 것이다. '그래, 3시간만 투자하자! 세 시간만……', '밤새지 뭐~' 하는 생각에 마음을 조금 가볍게 하고는 공연장으로 갔던 것이다.
여기서 우선, 난 고백부터 해야겠다. 내가 클래식 음악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무식하다는 걸 말이다. 그렇다고 즐기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공연장에서 클래식 음악을 접한 경험이 한 달도 채 안 된다는 걸 말이다. 그래도 자랑삼아 이야기하자면 그 한 달간 난 공연장에서 갖가지 층위의 음악들을 만났다.
5월 말에 있었던 대전 시향의 공연부터, 6월의 대구 시향 공연, 폴란드 국립 바르샤바 필 하모닉 오케스트라와 백건우의 협연, 그리고 이번의 마이스키와 백혜선의 듀오연주까지, 클래식 공연의 향연을 6월 한 달간 마음껏 즐겼던 것이다.
첫경험(?) 때는 엄청난 긴장감을 가지고 공연을 감상했었다. 박수도 어디서 쳐야할지 몰라 긴장도 되었지만, 소리를 감상하는 것이 주된 핵심이다 보니 옆에서 나는 뽀시락거리는 소리 하나에도 긴장을 늦출 수 없었던 탓이다. 그래도 그 공연 관람 이후, 오케스트라 공연이 대체로 짧고 가벼운 한 곡으로 시작해 독주자와의 협연곡, 그리고 휴식시간(인터미션) 다음에 교향곡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러한 형식은 바르샤바 필의 공연까지 모두 적용이 되었다.
그러나 듀오 공연은 또 달랐다. 피아노와 첼로가 서로 대화하듯 연주되고 있어 감상하는 방법도 오케스트라와 조금 다르다는 것을 시간이 지나서야 나름대로 파악하게 되었다. 공연의 구성 역시 짧은 곡(딱히 전문 용어를 몰라서) 두 곡, 긴 작품 하나로 1부를 마무리하고, 2부도 역시 짧고 가벼운 소곡 중심의 곡들을 먼저 들려주고 마지막을 길고 멋있는 작품으로 마쳤다. (이렇게 길게 클래식 공연에 대한 설명을 하게 되는 건, 아무래도 많은 사람들이 접해보지 못했을 거라는 나의 편견 때문이지만, 단 한 명이라도 이 글을 읽고 다음에 클래식 공연을 가 볼 용기를 낼 수 있다면, 그것으로 이 글은 그 목적을 충분히 수행한 것이리라.)
알지 못해도 느낄 수 있었다. 그들의 음악에 대한 애정과 열정과 피와 땀과 노력이 한 음 한 음의 연주에 실려 있는 듯 했다. 연주에 집중하지 못했을 때는 알지 못했던 고도의 교감이 이루어졌는데, 이건 다른 감상자들에게도 마찬가지였던 모양이다. 연주가 끝나고 계속되는 박수. 그것에 보답하는 앙코르 연주, 또 박수, 앙코르, 기립박수, 앙코르…… 이렇게 공연장의 열기는 끝이 날 줄을 몰랐다. 연주자는 열과 성을 다하고, 관객은 감동하고, 그 감동을 다시 되돌려준다. 공연장의 감격적인 교감은 바로 그런 것이다.
그렇게 감동을 하고 그 감동을 마음껏 표현하고 나니, 나의 무기력감은 어느덧 사라져 있었고, 가라앉았던 기분도 한껏 떠올랐다. 사무실로 돌아가는 길 내내 나는 공연의 감동에 대한 열변을 토했고, 그 충만한 에너지로 나는 그 밤을 꼴딱 샜다.
난, 그대들에게도 좋은 공연을 꼭 권한다. 경제사정상 힘들지라도 차곡차곡 모은 돈으로 좋은 공연을 과감하게 가보라고. 절대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는 걸. 그대들에게는 '흡기신공법'이 몸에 내재되어 있으니 좋은 공연일수록 좋은 기를 많이 받아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으리라. 그대들의 일상이 에너지로 충만해지리라.
p.s. : 다음에는 공연을 보러 갈 때마다 한 번씩 접하고야 마는, 나의 '흡기신공법'을 방해하는 '나몰라라신공법'을 소개하여 보리라. 다음도 기대해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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