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20년 만에 앨범" 무명가수 염원 이뤄

밤무대 가수 강석씨

"IMF사태를 전후해 이런저런 사정으로 밤무대 가수들이 많이 떠났습니다.

그러나 좋아하는 팬들이 있는 한 언제나 그 자리를 지킬 생각입니다".

대구에서 활동 중인 현역 가수로는 유일하게 밤무대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는 강석(姜錫.39)씨. 그는 대구 평리동 한 나이트클럽에서만 벌써 14년째 일을 하고 있다.

현재 한국연예인협회 대구지회에 등록된 가수는 모두 150여명. 이들 중 일부는 라이브 카페 공연이나 회갑연 등 행사 때 노래하는 것이 고작. 밤무대에서 활동하는 남자가수로는 강씨가 유일하다.

강씨는 1985년 연예협회서 주관하는 가수시험을 통과한 뒤 대구에서 20여년째 밤무대 가수로만 활동하고 있다.

"처음 가수가 되려고 했을 때 '딴따라'를 왜 하느냐고 부모님의 반대가 거셌습니다.

그냥 노래가 좋아 가수가 되었지요. 실제로 해보니 정말 힘들었습니다.

화려한 의상에다 조명을 받으며 노래 부르는 것이 부러워 보였지만 그 애환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지요".

강씨가 20년간 밤무대를 지키고 있는 것은 철저한 자기관리덕. 체력을 유지하기 위해 10년간 하루 2시간씩 꾸준히 수영을 해왔고 목 관리를 위해 술, 담배를 입에 대지 않았다.

하루저녁 30곡을 거뜬히 소화해내는 밑거름인 셈이다.

강씨는 지난 2월 '남자'를 타이틀곡으로 20년 만에 1집 앨범을 냈다.

무명가수의 오랜 염원을 이룬 것. TBC 등 지역방송의 전파를 타면서 호응이 좋은 편이라고.

타이틀곡 '남자'처럼 강씨는 진짜 '사나이'다.

고집스럽게 밤무대를 지키고 있을 뿐 아니라 소외된 계층을 찾아 기쁨을 선사하는 사랑의 전도사이기 때문이다.

고령 대창양로원, 칠곡 복음양로원 등 대구 근교 양로원이나 고아원, 재활원을 찾아 1년에 50여회 자선공연을 펼치고 있다.

강씨는 "해가 바뀌어 다시 그 양로원을 찾았을 때 별세 소식을 들으면 슬프지만 공연 후 손을 잡고 고맙다고 인사할 때면 뿌듯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지금은 비록 밤무대 가수이지만 언젠가 중앙무대에 진출해 멋진 노래를 선보이겠습니다.

지역에 봉사하고 전국적으로도 유명한 가수가 되는 것이 꿈입니다".

전수영기자 poi2@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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