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사람 모이는 도시로-(2)전시컨벤션산업/대구

EXCO'합격점'...회의 유치 '걸음마'

대구 산격동 EXCO 부근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심상성(38)씨는 인터넷을 통해 전시회 정보 챙기는 일을 가장 중요한 영업활동으로 삼고 있다.

지난 5월말 모터사이클 전시회때는 하루 평균 50만원의 매출 증가세를 보였고 지난해 U대회때는 대회기간 중 2천만원 가까운 매출증가세를 기록, '전시회의 힘'을 실감했기 때문.

심씨는 "서비스산업 중심의 대구를 살리기 위해서는 사람을 끌어와야 한다"며 "EXCO가 커야 이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했다.

심씨의 소망처럼 EXCO는 '클 수 있을까.' 지난 4월 개관 3주년을 맞은 EXCO의 현주소와 내일을 가늠해본다.

◇지난 3년간 성적표

지난 2001년 EXCO가 개관할 당시 적잖은 사람들이 '저곳이 과연 돌아갈까'라는 의문을 가졌다.

대구 전시회에 업체들이 찾아오고 바이어들이 들어올 리 없다는 비관론을 제기한 것이었다.

하지만 EXCO는 개관 이듬해인 2002년 35차례의 전시회를 개최하면서 매출 52억원, 방문객 78만명을 기록, 가동률 36%를 나타냈다.

지난해엔 35차례의 전시회를 열어 매출 66억원(방문객 85만명)을 올리면서 가동률을 69%로 끌어올렸다.

2001년과 2002년 연속으로 15억원 가량의 적자를 기록했던 EXCO는 지난해 실적이 좋아지면서 개관 후 처음으로 1억원의 흑자(감가상각 제외)를 내기도 했다.

사람이 몰리는 EXCO, 부(富)를 창조하는 EXCO의 기반을 닦은 것이다,

특히 EXCO는 지난 3월 국제무역박람회기구인 국제전시연합(UFI)으로부터 정회원 인정을 받은 것은 물론 EXCO의 대표 전시회인 대구국제광학전(DIOPS)도 UFI로부터 국제전시 인증을 받았다.

DIOPS의 국제인증 획득은 우리나라 지방전시회로는 처음. 지난 2002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에서는 374건의 전시회가 열렸지만 UFI로부터 국제인증을 받은 전시회는 7개뿐이었고 그나마 지방에선 나오지 않았다.

EXCO의 UFI정회원 가입도 국내 전시장 가운데 서울 COEX, KOTRA에 이어 3번째로 지방에서는 최초의 일이다.

EXCO는 국내 다른 전시장과 차별화된 전략을 주무기로 삼아 나름대로의 전시회를 만들어냈다.

올 초엔 전국에서 최초로 기획된 대구국제소방안전엑스포를 성공리에 개최했고 지난 5월에 열린 대한민국 국제모터사이클쇼에는 6만2천여명(유료관람객 4만여명)이 몰리면서 주변이 인산인해를 이뤘다.

EXCO는 소방엑스포와 모터사이클쇼를 포함, 지난 3년간 PID(대구국제섬유박람회), IMID(국제정보디스플레이 학술대회 및 전시회), DAMEX(대구국제자동화기기전), 대한민국 국제섬유기계전, DIOPS(대구국제광학전) 등을 '빅(Big) 7 전시회'로 키워냈다.

백창곤 EXCO 대표는 "EXCO 시설은 전시(exhibition)와 컨벤션(convention'회의) 시설로 나뉘며 EXCO는 지난 3년간 일단 전시회에서 특화된 전시회 육성을 통해 나름대로 흑자 기반을 마련했다"며 "올해도 65%의 전시장 가동률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무난히 달성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걸림돌은 없나?

EXCO의 최대 약점은 접근성이다.

외국인 바이어는 인천공항에서 김포공항을 거치거나 인천공항에서 서울역으로 이동, 다시 기차를 타고 와야한다.

동남아'일본 등지에서 오더라도 김해공항에서 다시 차를 타고 이동해야한다.

대구국제공항의 국제선 노선(베이징'상하이'칭다오'선양'방콕'옌타이)이 턱없이 적어 외국인 바이어나 외국인 업체가 대구로 바로 들어올 수 있는 길이 막혀있는 것이다.

원천적으로 EXCO의 국제적 도약은 어렵게 돼 있는 구조다.

내국인, 특히 대구시민들조차 EXCO에 대한 접근이 어렵다.

서울 COEX, 부산 BEXCO에는 입구에 지하철이 서지만 대구 EXCO는 고작 버스노선 6개가 전부다.

게다가 향후 지하철 건설계획에도 'EXCO역'은 없다.

부산이 김해국제공항에서 BEXCO를 직접 연결하는 경전철 건설 계획을 갖고 있는 사실은 대구 EXCO와 극명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서울 COEX 관계자나 부산 BEXCO 관계자들은 지금의 EXCO가 왜 그곳에 터를 잡았는지 알 수 없다는 말까지 하고 있다.

김영수(38'대구 감삼동)씨는 "남구'서구'달서구 등에 사는 사람들은 승용차로 가지 않으면 아예 EXCO에 갈 엄두를 내지 못한다"며 "사람이 많이 몰리는 전시회때는 주차장도 모자라 불법주차를 할 수밖에 없으며 대구시민도 불편해하는 곳을 외지 사람들이 편히 가겠느냐"고 했다.

EXCO는 전시회에서 지난 3년간 어느 정도 실적을 올렸지만 회의(컨벤션)행사와 관련해서는 낙제점을 면치 못했다.

학교 교실 규모인 회의실 11개(전체면적 2천82㎡)가 전부라 대형회의는 아예 끌어당길 엄두를 못낸다.

많아봐야 수십명이 참석하는 군소회의가 전부다.

실제로 EXCO는 2002년 525건, 2003년 682건 등 회의 숫자만 많은 실정이다.

이와 관련, EXCO관계자는 "대형 컨벤션 행사 주최자는 최소 200, 300명이 한꺼번에 들어오는 회의실 10개 정도를 요구하는데 EXCO에는 이런 시설이 없다"고 했다.

EXCO 자체 시설 부족도 컨벤션 행사 개최에 걸림돌이지만 숙소 문제도 심각하다.

대구시에 따르면 대구 유일의 특1급 호텔인 인터불고가 갖고 있는 객실수는 340개. 1천명 이상은 물론, 500명 이상의 외국인이 찾아오는 행사도 치르기 불가능하다.

대구시 관계자는 "외국에 나가 회의 유치를 할 때마다 회의장과 호텔이 바로 붙어있는 구조를 원한다"며 "EXCO 대신 인터불고 호텔을 회의장소로 이용하더라도 객실 부족으로 많은 회의 참석자들이 다른 호텔로 분산 투숙해야 한다"고 했다.

실제로 대구시가 올 상반기 사실상 유치했던 2006년 세계감리교여성교회총회의 경우, 행사주최측이 대구의 열악한 숙소시설 등을 문제로 개최지 확정 통지를 돌연 번복했었다.

▨EXCO의 내일

EXCO의 최대 취약점인 접근성을 높이는 방안은 당장 해결책이 나오기 힘든 상황이다.

대구시가 최근 대구'경북과 부산'경남이 공동으로 이용하는 영남권 국제공항을 경남 밀양에 건설하자는 계획을 중앙정부에 제안, 새로운 돌파구가 기대되고 있지만 단기간내에 완공은 어려운 실정.

EXCO는 대구공항과 불과 10여분 거리여서 대구공항의 동남아'일본 노선만 확충돼도 국제적 접근성은 어느 정도 해결된다는 입장이다.

EXCO는 대구시내에서의 접근성이 더 큰 문제며 버스노선 확충은 물론, 공항-EXCO간 경전철, 최근거리 지하철역-EXCO간 경전철 등 신교통수단 설치를 바라고 있다.

컨벤션 행사 활성화와 기존 전시회의 브랜드화를 위해서는 제2전시장 건설이 필수적이란 것도 EXCO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전시공간의 경우, 독일은 물론, 부산 등 대다수 전시장이 단층형 전시장을 갖추고 있지만 EXCO는 복층형 전시장이어서 전시참가업체는 물론, 방문객도 '한눈에' 전시장을 둘러보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숙박시설 부족과 관련, 사실상 특급호텔 투자유치가 어려운 상황에서 대구시내 시설확충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경주로의 연계교통망 설치를 통해 대구 전체 호텔 수용능력을 능가하는 경주를 적극 활용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EXCO 조사결과, 경주의 경우, 특1급 5개 호텔(1천691실) 특2급 1개호텔(270실) 등 1천961실의 규모로 대구(1급 이상 18개호텔 1천424실)를 웃돌고 있다.

서민교 경일대 국제무역컨벤션학부 교수는 "EXCO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경북도와의 공조가 필수적이며 경북의 산업, 경북의 호텔'관광 인프라를 이용해야한다"며 "경북도도 EXCO를 이용해야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으며 49%의 EXCO 지분을 갖고 있는 대구시도 이에 대한 고민을 해야할 때"라고 말했다.

최경철기자 ko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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