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의 부리만한
흉터가 내 허벅지에 있다
열다섯 살 저녁 때
새가 날아와서 갇혔다
꺼내줄까 새야
꺼내줄까 새야
혼자가 되면
나는 흉터를 긁는다
허벅지에 갇힌 새가, 꿈틀거린다
유홍준 '흉터 속의 새'
샤르는 "매혹적인, 우리는 그 새에 경탄하고 그 새를 죽인다"라고 썼다.
이 단도직입적인 진술 속의 새는 우리에게 날아온 새가 아니라 우리 가운데 있는 새이다.
열 다섯 살 저녁 때 새가 날아와서 갇혔다는 것은 제 몸 속의 새를 느꼈다는 것. 새의 자유와 비상, 그 푸른 맨발을 상상해 보라. 사춘기란 제도와 풍속의 억압에 진저리치는 나이, 감추고 싶은 흉터를 갖는 나이, 그러므로 시인은 혼자일 때 허벅지에 갇힌 새와 논다.
새를 감춘 그대 허벅지의 흉터는 얼마나 아름다운가!
강현국(시인.대구교대 교수)
댓글 많은 뉴스
[단독] "김정숙 소환 왜 안 했나" 묻자... 경찰의 답은
"악수도 안 하겠다"던 정청래, 국힘 전대에 '축하난' 눈길
원자력 석학의 일침 "원전 매국 계약? '매국 보도'였다"
김문수 "전한길 아닌 한동훈 공천"…장동혁 "尹 접견 약속 지킬 것"
조국 '된장찌개 논란'에 "괴상한 비방…속 꼬인 사람들 얘기 대응 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