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노대통령, 국회의장 공관 방문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지난 17일 제헌절을 맞아 국회의장 공관을 방문, 김원기 의장과 이해찬 국무총리, 최종영 대법원장, 유지담 선관위원장 등 4부요인들과 만찬을 함께 했다.

이날 만찬은 김 의장이 초청하는 형식으로 이뤄졌으며 현직 대통령이 국회의장 공관을 공식 방문한 것은 노 대통령이 처음이다.

노 대통령은 인사말을 통해 "대통령이 자신의 위치를 낮추고 국회의장, 대법원장, 선관위원장 등 (헌법기관) 수장들의 위상을 높여주는 것으로 달라진 헌정구조의 외양을 갖춰보고 싶었다고 생각해서 초청에 기쁜 마음으로 왔다"며 이번 만찬이 권위주의 정치문화 탈색의 의미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노 대통령과 4부 요인들은 행정수도이전과 선거법개정문제 등 현안에 대한 시중여론을 가감없이 전달하고 토론하는 등 격의없는 대화를 나눴다.

특히 유 선관위원장은 "선관위원장을 해보니까 잘사는 사람들, 기득권 누리는 사람들 중에서 대통령에게 악담하고 임기를 마칠 수 있겠느냐고 하는 사람들이 주위에 꽤 많고 이 정권이 잘못 됐으면 하는 사람도 꽤 있는 것으로 아는데, 저는 잘 됐으면 한다"며 이른바 '보수층' 일각의 여론을 가감없이 전달했다.

이에 노 대통령은 "저도 알고 있다"며 "저와 우리당 사람들에 대해 '근본이 안되는 사람들이 하고 있다'는 말들을 하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대답하고는 "아무리 쉬운 일도 쉽게 가본 적이 없고 항상 어렵게 왔다"며 지난 1년5개월간 국정 운영의 어려움을 털어놨다.

노 대통령은 이 총리에 대해서는 "총리가 참 경험이 많은 분이고 아이디어가 좋은 분 아니냐. 국회에서 답변하는 것을 보니까 잘 하시더라"며 동의를 구한 뒤 "너무 권력이 총리에게 옮겨가는 것 아니냐"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행정수도이전문제에 대해 노 대통령은 "논의를 또 하자는 것은 타작이 끝난 마당에 껍데기를 또 타작하자는 격"이라며 강한 어조로 이전반대론을 비판하고는 "행정수도같은 큰 것은 당연히 직접 챙길 것"이라고 말했다.

서명수기자 diderot@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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