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는 '황금의 나라 신라' 등 도서 10여종을 '8월의 읽을 만한 책'으로 선정해 발표했다. 여름의 절정인 8월, 땡볕이 내리쬐는 야외로 나서기보다는 가슴까지 시원해지는 수박 화채와 좋은 책 한권으로 여름 나기를 해보는 건 어떨까.
◇세상 끝의 정원-가브리엘 루아 지음. 현대문학. 8천500원
'내 생애의 아이들'로 친숙한 캐나다의 여성작가 가브리엘 루아의 중·단편 모음집. 주류 사회에 편입되지 못한 채 힘겹고 쓸쓸하게 살아가는 캐나다 이민자들의 삶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황량하고 인적없는 평원에서 병든 몸으로 남편과 함께 살아가는 여인의 이야기 '세상 끝의 정원'과 중국인 식당 주인의 떠돌이 같은 삶을 다룬 '삼리웡, 그대 이제 어디로 가려는가?' 등이 실려 있다.
추천자: 오생근(서울대 불어불문학과 교수)
◇황금의 나라 신라-이한상 지음. 김영사. 1만4천900원
고대 신라의 찬란한 황금 문화에 숨겨진 갖가지 의미를 다룬 책. 금관, 허리띠, 귀걸이 등 황금 공예품을 통해 그 용도와 상징, 기원 등을 흥미롭게 짚어낸다. 금관은 장례용이었으며 금관의 장식은 하늘을 매개해주는 자작나무나 새, 사슴뿔 등이다. 사회적 지위를 드러내는 귀걸이나 허리띠는 남녀공용이었다. 이처럼 황금 문화에는 이승의 삶을 저승으로 이어가려는 신라인의 꿈이 담겨 있다.
추천자: 한영우(한림대 한림과학원 특임교수)
◇호스피스 철학-백승균 지음. 계명대학교 출판부. 1만5천원
우리는 언젠가 어떤 형태로든 죽음을 맞는다. 죽음은 너무도 보편적이고 당연한 현상이기에 죽음을 미리 의식하고 준비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죽음을 앞둔 환자가 평안한 임종을 맞도록 봉사하는 '호스피스'는 우리의 삶과 죽음이 결국 동전의 양면임을 깨닫게 한다. 또새로운 여행을 준비하듯 담담하게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추천자: 엄정식(서강대 대학원장)
◇깡패국가-클라이드 프레스토위츠 지음. 한겨레신문사. 1만6천원
전형적인 보수주의자이면서 주류 공화당원이 쓴 미국 부시 정권 비판서. 저자는 부시 정권의 독선적이고 패권적이며 공격적인 일방주의때문에 미국이 '깡패국가'로 전락했다고 말한다. 또 부시 정권의 신보수주의(네오콘)는 보수주의가 아니며 미국이 관용과 열린 자세, 종교적 다원주의를 인정하는 진정한 보수주의로 돌아갈 때 다시 세계인의 사랑을 받게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추천자: 임혁백(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10년 후, 한국-공병호 지음. 해냄. 1만원
경제논객으로 유명한 공병호가 진단한 한국경제의 위기와 전망. 저자는 주력산업의 변화, 차이나 쇼크 등 구체적인 경제 현상부터 골깊은 이념 갈등, 세대간 문제까지 짚어낸다. 저자는 10년 뒤 한국 사회의 모습을 다소 비관적으로 전망하면서 객관적인 현실인식과 자유경쟁, 시장논리 등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추천자: 정갑영(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한낮의 우울-앤드류 솔로몬 지음. 민음사. 2만5천원
우울에 관한 종합적인 보고서. 의학에서 사회과학, 정치적 원인에 이르기까지 우울에 관한 다양한 시각과 실례들을 담고있다. 또 각 시대마다 '천재의 증후'와 '신의 저주'라는 대접을 번갈아 받았던 우울증의 역사도 살펴 본다. 724쪽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이지만 자연스러운 공감대를 끌어낸다. 저자는 인간은 절망에 저항할 수 있는 힘을 갖고 있으며 정신적인 불안은 새로운 삶의 원천으로 승화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추천자: 김호기(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신과 진화에 관한 101가지 질문-존 호트 지음. 지성사. 1만원
신과 진화. 마냥 평행선을 그을 법한 두 주제가 최근 접점을 모색하고 있다. 저자는 진화를 통해 새롭고 다양한 형태로 변화하는 생물계가 바로 신의 섭리라고 말한다. 따라서 진화는 신앙의 장애가 아니며 신앙의 의미를 정교하게 다듬는 틀이라는 설명이다. 종교와 과학 사이에서 방황하거나 학문적인 관심이 있는 이들에게 좋은 입문서가 될 듯하다.
추천자: 최재천(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내가 사랑하는 클래식-박종호 지음. 시공사. 1만4천원
신경정신과 전문의이자 국내 최초 클래식 전문 음반 매장 '풍월당'의 주인인 박종호가 들려주는 34편의 클래식 체험기. 단순히 명반을 소개하거나 감상에 필요한 정보만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저자의 생생한 체험과 음악사적 이해, 곡 해석을 담아냈다. 전문용어를 최대한 배제한 점과 본문에 언급된 100여 개의 음반을 소개하는 추천 음반 목록이 눈길을 끈다.
추천자: 김갑수(문화평론가)
◇낮은 산이 낫다-남난희 지음. 학고재. 9천800원
이름난 여성 산악인 남난희가 지리산 화개골의 자연을 품고 전하는 잔잔한 삶의 이야기. 저자는 76일간의 백두대간 최초 단독 종주, 여성으로서 세계 최초로 강가푸르나 등반 성공 등 각종 등반 기록으로 세상을 놀라게 했다. 그런 그녀가 더 높은 산을 오르겠다는 열망을 버리고 산 속으로 들어갔다. 저자는 봄이면 찻잎을 따서 덖고 산나물을 캐고, 가을이면 장 담그며 즐겁게 살아간다. 그리고 '산을 버려 산을 얻었다'고 말한다.
추천자: 이주향(수원대 교양학부 교수)
◇떠나자, 신기한 곤충 세계로-김태우 지음. 들린아침. 9천500원
곤충의 생태를 체계적으로 배우고 즐길 수 있도록 도와주는 체험 학습 가이드북. 수년 간 곤충의 생태 현장 교육과 연구 활동을 해온 저자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글을섰다. 야외 체험학습을 하기 전에 준비할 것에서부터 곤충 찾기와 생태관찰, 야외 체험 후의 심층 분석까지 담고 있다.
추천자: 유안진(서울대 아동가족학과 교수)
장성현기자 jacksoul@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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