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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개운한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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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여유있게 대형마트를 찾았다. 찬찬히 진열되어 있는 물건과 여기저기 큰소리로 손님을 모으는 점원들의 활기를 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다. 별의별 물건들이 호기심과 관심을 자극했고, 유학시절때 봤던 물건들을 봤을땐 반갑기도 하고 묘한 향수에 젖기도 했다. 어쨋든 사람들로 가득한 시끌벅적한 매장을 보노라면 경제 불황이란 현실도 잊게 만든다.

IMF가 처음 다가왔을 때, 멀리 있었던 한국 유학생들도 힘들었다. 많은 학생들이 공부를 포기하고 절망적인 귀국을 했었고, 항상 한국학생들로 붐볐던 시내거리나 햄버거집도 학생을 볼 수 없었다. 나 또한 사정은 예외가 아니었다. 살고 있었던 아파트가 조금 넓고 경제적이란 이유로 동갑내기 친구 두명이랑 함께 살게 되었다. 물 섞은 묽은 샴푸랑 퐁퐁, 재 사용을 위해 부엌에 대롱대롱 매달아 말렸던 차 티백, 싸고 양 많은 양배추는 거의 매일 올라오던 단골 메뉴였다. 겨울에도 찬물로 세수해서 발개진 얼굴을 보고 서로 웃었던 일들, 최소한이지만 하고 싶은 공부를 계속 할수 있다는 것만 해도, 한국에 돌아가서 맛있는 밥을 먹을 생각만 해도 행복했던 시간들이었다.

하지만 한국에 돌아와서 내심 놀랐다. 내가 상상했던 모습이 아니었다. 너무 풍족하다 못해 넘쳐난다 싶었다. 힘들다는 한숨 소리가 여기저기 흘러나오는 요즘이다. 한숨만 쉬지 말고 조그만 것에서부터 관심을 가져 보면 어떨까. 난 오늘 버리려던 납작한 치약을 잘라 보았다. 적어도 4일은 더 쓸 수 있는 양이 들어 있었다. 오늘 따라 유난히 입안이 개운하다.

이정아 성악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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