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중기 기자의 영화보기-장이머우 감독의 변신

요즘 중국 장이모우(53) 감독의 움직임이 화려하다.

얼마 전 오페라 '투란도트'를 연출하더니, 30일 아테네 올림픽 폐막식에서는 차기 개최국 중국을 알리는 깜짝쇼를 선보였다.

영화감독의 선을 넘어 중국문화 '알림이'로 세계무대를 휘젓고 있다.

9월에는 무협로맨스 '연인'을 들고 한국을 찾는다.

'영웅'에 이어 다시 중국의 대표적인 영화장르인 무협물을 선보이는 것이다.

'영웅'이 대를 위해 소를 희생시킨 무인을 그렸다면, '연인'은 사랑을 위해 대의를 포기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처음 '영웅'이 나왔을 때 많은 이들이 의아해 했다.

'붉은 수수밭'(1988), '국두'(1990), '홍등'(1991) 등 그의 초기작들을 기억하고 있는 이들에게 과장과 판타지로 버무려진 무협물이 낯설게 느껴졌다.

"영웅'이 장이모우의 작품이라고 느낄 수 있는 것이라고는 화려한 색감이 고작이었다.

사실 그의 초기 작품은 색채미와 완벽한 화면구도의 시각적인 면이 강했다.

그래서 가장 중국적인 아름다움을 담은 작품으로 사랑받았다.

'영웅'을 시작으로 그는 완전한 '변신'을 꾀했다.

이전의 작품에서는 스타는 1명만 나올 뿐 나머지는 모두 무명을 기용했다.

장만옥이 나온 '귀주이야기'와, 장즈이가 나온 '집으로 가는 길'이 그렇다.

그러나 '영웅'에서는 이연걸, 장만옥, 양조위, 장즈이로 캐스팅이 화려하다.

'연인'도 금성무, 유덕화, 장즈이가 나온다.

영화 속 특수효과도 홍콩영화를 뺨친다.

토속적이고 소박한 이야기 '귀주이야기', '인생', '집으로 가는 길'과도 판이한 것이다.

두 편의 영화를 보면 중국의 미적 아름다움을 선보인 장이모우가 전 세계를 대상으로 '선전포고'를 내리는 것처럼 느껴진다.

중국이 가진 영화적 스펙터클을, 할리우드적 기술로 버무려 관객을 휘어잡겠다는 것이다.

실제 '영웅'은 지난 달 27일 미국에서 개봉돼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주말 사흘간 미국과 캐나다 개봉관에서 1천780만 달러의 흥행수익을 거둬들였다.

'연인'은 중국에서 오프닝 3일간 사상 최고 기록을 올렸고, 전체 성적으로는 '영웅' 이후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한때 서구인의 눈높이에 맞춘 영화만 만든다는 중국 내 비판을 보란 듯이 씻어냈다.

종횡무진하는 장이모우의 행보가 어지러울 정도다.

과연 그의 종착지는 어디일까.

filmto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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