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만 되면 떠오르는 영화들이 있다.
'흐르는 강물처럼'에서 아버지와 아들이 사이좋게 낚시하는 장면도 떠오르고, '뉴욕의 가을'에서 단풍 사이로 지나는 연인도 떠오른다.
'만추'에서 수북이 쌓인 낙엽 사이로 걸어가는 여인은 또 얼마나 쓸쓸하나. '파 프롬 헤븐'에서 애써 슬픔을 참는 줄리언 무어의 눈빛도 기억난다.
"왜 예술영화는 가을에만 개봉하나요?"
인터넷의 지식 검색에나 나올 법하지만, 가을만 되면 심심찮게 받는 질문이다.
'진주귀걸이를 한 소녀'를 비롯해 실팍한 수작영화들이 가을 극장가에 내걸렸다.
여름 극장가에 비해 소박하지만, 관객들이 꾸준히 찾고 있다.
여름 극장가는 '단순무식'한 편이다.
뜨겁고 매운 국 하나만 달랑 나오는 식이다.
때리고, 부수고, 죽이는 영화들 일색이다.
올 여름에는 얼마나 많은 이들이 죽어나갔나. '프레디 VS 제이슨' 등 스크린을 피로 적시는 영화들이 많았다.
밥상으로 따지면 가장 화려한 것이 가을 극장가다.
나물무침도 올라오고, 맛깔스런 국도 나온다.
꼼꼼히 살펴보면 볼 만한 영화들이 가장 많은 시기다.
좋은 영화들이 가을에 많이 개봉되는 것은 순전히 흥행 때문이다.
계절별로 보면 가을은 비수기다.
대형 액션영화로 휩쓸고 난 후 나락을 줍는 시기다.
블록버스터라는 콤바인이 지나갔으니, 수확은 미미한 편. 그래서 흥행 때문에 밀려 있던 영화들이 대거 개봉날짜를 잡을 수 있는 때다.
이번 주만 하더라도 9편이나 개봉된다.
또 하나는 가을을 타는 관객들 때문이다.
가을에는 가슴을 촉촉이 적시는 영화를 많이 찾는다.
특히 올해는 따뜻한 감성을 자극하는 영화들이 많이 개봉된다.
2차 대전 이후 실의에 빠진 독일인들에게 희망을 던져 준 '베른의 기적', 삼미 슈퍼스타스 투수 감사용을 주인공으로 한 '슈퍼스타 감사용', 형제의 갈등과 화해를 따뜻하게 그린 '우리형' 등이 개봉된다.
특히 '슈퍼스타 감사용'은 관객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169cm의 키에 작은 손. 애초에 투수가 될 수 없었던 '패전전문'투수 감사용의 이야기다.
20연승을 눈앞에 둔 OB베어서의 박철순과의 대결을 통해 20년 전 프로야구 원년의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멀미 때문에 버스를 타지 못하는 어머니가 막내 딸 결혼식에 가기 위해 해남에서 목포까지 백리 길을 걸어가는 '먼길'도 주목을 받고 있다.
김중기기자 filmto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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