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우리 예천사람 다 됐어요"

국제결혼 외국 주부들 나들이

"낯선 이국이지만 이웃과 가족, 친지들의 따뜻한 보살핌으로 이제는 힘들지 않아요. 우리도 예천사람 다된 것 같네요."

예천군으로 시집 온 외국인 부녀자들이 가족들과 한데모여 지역 명소로 나들이를 나선 7일 오전, 대부분 처음 얼굴을 마주하지만 같은 형편임을 헤아리는 듯 오랜 친구처럼 아우른다.

첫 방문지인 예천양궁장에서 연습중이던 아테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장용호선수를 만나자 엄지를 치켜들어 보이며 기념촬영을 부탁한다

용문사 경내를 보며 내내 신비롭다 하고, 풍양면에 있는 국내 최대 벽돌공장의 신설비 공정을 지켜보면서 감탄을 연발한다.

흥미로운 우주과학관 견학은 힘들다며 집으로 가자는 자녀들의 채근을 달래는 자리였다.

이날 나들이는 예천군과 예천군여성단체협의회가 예천에 정착한 외국인 여성과 그 가족들에게 농촌생활의 힘겨움을 덜어주고 지역의 문화를 바르게 이해해 애착을 갖도록하기 위해 마련했다.

참가한 외국인 부녀자들은 34명. 베트남, 필리핀, 조선족, 일본 출신들로 대게 2∼5년, 멀게는 10년전 이곳 장가 못간 농촌총각과 인연을 맺어 가정을 꾸리고 있다.

한결같이 생활환경과 문화적인 차이로 처음에는 정착하는데 애를 먹었으나 이제는 대부분 극복하고 남부럽지 않은 행복한 가정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시어머니의 지극한 사랑이 불안하고 막연했던 이국생활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게 했다" 는 유미코(40)씨는 "어떤 곳에서도 사람이 살아간다는 것이 별반 다를게 없지 않으냐" 며 자족해 했다.

남편인 김상섭(40.예천군 보문면 오신리)씨도 "마을 어르신들이 항상 관심과 애정을 보여 집사람이 일찍 이곳 생활에 적응한 것 같다" 며 "여느 집안 사위처럼 일본의 처가도 자주 찾는다" 고 말했다.

예천군에는 이같은 외국인 부녀자가 100여명에 이른다.

결혼상담소를 통한 농촌 노총각과 외국인 여성과의 결혼이 어제 오늘의 얘기는 아니지만 이제는 분명한 우리 농촌사회의 일면이 된 것이다.

이들의 나들이에 동행했던 김수남 예천군수는 "외국인 여성들이 지역 농가의 한자리를 차지하며 역할도 점차 커지고 있다" 며 "이들을 군민으로 따뜻히 맞이하고 지원할 것" 이라고 말했다.

예천.정경구기자 jkgo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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