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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슬픔이여,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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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20세기 낭만주의는 묘사와 구성의 논리를 분쇄하고, 자기 스타일을 강조했다.

웅변조와 미문조의 리듬을 버리고, 천부적인 화술로 작가의 작은 세계에 집착하는가 하면, 모든 도덕을 경멸했다.

어른의 나이에 이른 젊은 작가들은 대부분 윗세대와는 달리 파시즘이나 반파시즘에 무관심하거나 회의적이었다.

참여문학.다큐멘터리.증언 등을 멸시하면서 새로운 문체를 가꾸는 경향이었다.

더구나 철학을 바탕으로 독자들을 설득하려 하기보다는 매혹하기를 원하는 분위기였다.

▲소설 '슬픔이여, 안녕'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프랑수아즈 사강은 바로 그 대표적인 작가다.

19세 때 발표한 이 장편은 어머니를 여읜 17세 소녀가 젊고 매력적인 아버지의 재혼에 반대하며 겪는 미묘한 감정을 간결하면서도 섬세한 문체로 그려 세계적인 베스트 셀러가 됐다.

그러나 열광과 찬사와 함께 혹독한 비난의 화살을 받은 것도 그런 경향 때문이었다.

▲사강의 작품들은 철학적인 사상이나 정치적 이데올로기 등과는 거리가 멀다.

덧없고 순간적이며, 불안정하고 미세한 감정을 그리면서 찰나적인 순간들을 떠올릴 뿐, 어떤 메시지도 강조하지 않는다.

등장 인물의 의식 속을 흐르는 것과 작가의 설명이나 묘사가 구별 없이 섞여 나온다.

시공의 이동도 그다지 뚜렷하지 않은 점도 특징 중의 하나다.

▲사강은 일상 생활도 유별났다.

언제나 자유분방해 중학교를 석 달도 못 다니고 퇴학당해 '들개 같다'(어머니)는 소리를 들었으며, 대학(소르본대)도 중퇴했다.

스피드광으로 교통사고를 당해 임종 미사까지 한 바 있으며, 코카인 복용으로 징역형을, 탈세 혐의로 징역형을 받기도 했다.

이혼과 재혼, 술.담배.도박으로 얼룩졌고, 신경쇠약.노이로제.정신병원 입원 등으로 황폐하고 무절제한 생활이었다.

▲심장과 폐 질환으로 투병해 오던 사강(69)이 24일(현지 시간) 프랑스 옹플레르의 한 병원에서 이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나는 나 자신을 파괴할 권리가 있다'고 말해 지금도 자유주의를 대변하는 명언으로 여겨지고 있지만, 이젠 이 세상 모든 슬픔들과 이별한 것일까. 아무튼,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도 안타까워했듯이, 감수성이 빼어났던 한 작가를 잃게 돼 애석할 따름이다.

이태수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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