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채한 대기자의 책과 세상-아름다운 회사

닐 스벤슨·폴 디킨슨 공저

즐겁고 넉넉했던 한가위. 과연 그랬을까. 가족끼리 오순도순 대화를 나누며 불우한 이웃과는 넉넉한 인심을 나누고 둥근 달 아래 마음껏 고향에 취한 사람 손들어 보라면 얼마나 손을 들까. 물론 자신감에 치켜든 손들도 많겠지만 그러나 갈수록 우리는 그렇지 못해 들지 못하고 축 늘어진 손들이 자꾸 늘어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일부러 추석날 당직을 자청했던 한 젊은 샐러리맨의 뇌리에는 무엇이 담겨 있었을까. 엄청나게 오고간 선물꾸러미. 그 가운데 과연 얼마만큼의 정성이 담겨 있었을까. 여기서 한번 물어본다.

당신은 선물을 주는 편인가 아니면 받는 편인가. 준다면 얼마나 정성을 담아 주는 편인가. 받는 편이라면 선물을 받고 진실로 정성이 담겨 있구나 하고 감격한 기억이 있는가.

혹 정성보다 뇌물 성격이 진한 꾸러미를 주거나 받지는 않았는지. 아니면 요즘 골치 아픈 스팸메일처럼 아무런 정성도 없이 그저 당연히 받거나 형식적으로 뿌리듯 선물을 돌리지는 않았는지. 그렇다면 그건 아름답지 못한 한가위의 한낱 추억밖에는 되지 못할 일이다.

장 자크 루소의 "고마움은 누구나 당연히 갚아야 할 의무이지만 어느 누구도 그것을 기대할 권리는 없다"고 한 이 말이 둥근 달만큼 훤해 보이는 오늘이다.

아무튼 다시 일터로 돌아왔다.

'아름다운 회사(Beautiful Corporations)'라는 책을 권하고 싶다.

자신이 몸담고 있는 회사가 크든 작든 이 책은 21세기에도 그 회사가 살아 남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잘 말해주는 책이다.

물론 저자들은 항상 강하게만 보이는 글로벌 대기업들을 주축으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고 있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

무엇이 아름다운 회사인가. 솔직히 그동안 대량생산에다 대량소비시대를 주무르면서 성장만을 추구해온 숱한 세계적인 기업들을 하나하나 짚으며 저자들은 그들이 지닌 추한 일면을 들추고 이것은 앞으로 감성의 세기라는 이 세기에는 버틸 수 없고 한계를 드러낼 것이라며 경고하고 있다.

이 점이 재미있다.

왜냐하면 그것은 지금까지 거대기업들이 일부러 모른 척 소비자들을 속이며 정직과 성실을 뒤로해온 엉큼한 구석들을 낱낱이 지적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기업이나 개인적으로는 해당이 되지 않을 일 같지만 그렇지 않다.

아무리 규모가 작고 열악한 기업이라도 아름다운 회사를 만들어 주는 정신은 같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작고 열악한 기업들도 성실과 정직이라는 신념아래 스스로 개척하면 멋진 스타일의 아름다운 회사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좋은 예들이 많다.

이 책에는 기술우위를 두고 질주하다 환경위기를 맞은 쉘이나 스와치 등 세계일류기업들이 아름다운 기업스타일을 만들어 가는 과정을 탐구하기도 했고 소비자들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고 있는 몇몇 거대기업들이 새롭게 소비자들에게 다가가는 과정 등을 실제적인 예를 들면서 누구나 이해하기 쉽게 파헤치고 있다.

물론 뭐니 뭐니 해도 지금의 세기에는 기업들이 탐욕과 추함을 벗어나 아름다움을 추구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는 점을 이 책은 근본이념으로 깔고 있다.

여기다 아무리 하찮은 회사라도 추악한 회사, 다시 말하면 고객을 기만하는 회사는 더 이상 살아 남지 못한다는 점을 여러차례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자신이 몸담고 있는 곳이 정녕 이런 개념을 지니고 있는지 혹은 없는지는 매우 중요하다.

이를테면 소도시의 작은 규모의 기업이라고 거창한 일류기업을 흉내내지는 못하지만 그러나 고객을 상대하는 기본정신만은 동일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다 아는 이야기 같지만 소비자를 속이는 행위는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지를 절감하게 될 것이다.

저자들은 강조하고 있다.

성공하는 기업은 제품의 브랜드나 서비스만이 능사가 아니라 인간적인 감동을 주는 기업 스타일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중요한 이야기다.

어느 물건이나 제품 혹은 매스미디어도 휴머니즘을 잃었을 때는 그곳에는 아무런 인간적인 감동이 있을 수 없다.

물론 이 책은 좀 거창하다.

상대가 세계적인 것이니까 그럴 수밖에 없다.

그러나 거대하지 않더라도 감동은 똑 같다.

미래기업. 그것은 고객의 동정과 공감을 얻는 일이며 거기에는 바로 진정한 아름다움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렇지만 얼마나 많은 회사들이 이런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을까.

이 밖에 저자들은 기업의 청렴성이나 디자인, 정체성들을 강조하며 미래사회로 이끌 유망한 기업들의 이미지를 차례차례 지적해 주지만 입이 떡 벌어진다.

웬만해서는 이런 규모의 회사에 몸담기가 쉽지 않은 것이 우리들의 현실 아닌가. 그러나 그렇다고 입만 벌리고 있으면 안 된다.

아름다운 회사는 종사원들의 노력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아름다울 수가 있다는 게 지은이들의 믿음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누구나 아름다운 회사에 다니고 싶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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