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부시·케리, 美대선 첫 TV토론서 격돌

토론결과 케리 우위론속 부시 쟁점마다 열띤 공박

(종합) 2004/10/01 13:33 송고

공화당 조지 부시 미 대통령과 존 케리 민주당 대통령후보는 30일 밤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대학에서 외교정책및 안보를 주제로 한 첫 TV 토론회에서 북핵 해법을 놓고 케리 후보는 북·미 양자간 회담을, 부시 대통령은 양자 회담 절대 반대입장을 보이는 등 첨예하게 대립했다.

케리 후보는 이날 약 90분간 진행된 토론회에서 핵 프로그램은 물론, 정전협정, 경제, 인권, 포대 배치, 비무장지대 (DMZ) 문제에 이르기까지 모든 대북 현안에 대해 북·미간 양자 협상을 갖겠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부시 대통령이 북핵 문제를 방관, 북한이 4~7개의 핵무기를 보유하게 되는 등 사태를 악화시켰다면서 "부시 대통령은 특히 지난 2002년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했을 당시 북한과의 대화 지속을 공언한 콜린 파월 국무장관의 발표 내용을 공개적으로 뒤엎는 등 김 대통령의 정책에 반대함으로써 당황한 상태로 귀국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 부시 대통령이 2년 여 동안 북한과 전혀 대화를 하지 않는 동안 핵연료봉이 재처리 되고 사찰관이 추방되고, 감시 카메라가 제거됐으며 오늘날 북한의 수중에는 4~7개의 핵무기가 있다"면서 "미국에 가장 큰 위협은 핵 무기 등 대량 살상 무기의 확산이며 부시 대통령 재임 4년 동안 북한은 더 많은 무기를 갖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부시 대통령은 북핵과 관련한 미·북간 제네바 합의를 북한이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6자 회담을 갖게 됐으며 6자 회담이 결국은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본다고 반박하면서 "북·미간 양자회담은 6자 회담을 무산시켜 중국이 북한에 핵 무기 포기를 설득하려 하지 않을 것이며 이는 바로 김정일 위원장이 원하는 것이며 큰 실책"이라고 주장했다.

케리 후보는 또 9.11 테러범인 오사마 빈 라덴을 포함한 알카에다를 먼저 소탕하지 않고 이라크를 침공한 것은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미국의 모든 동맹국들과의 정상회담을 갖는 등 동맹국들의 협조속에 대(對)테러전을 보다 잘 수행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부시 대통령은 테러의 중심지역이 아니었던 이라크를 공격하는 등 '총체적인 판단 실책'을 범했다고 공격했다.

이에 대해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전에 관한) 나의 결정에 모든 미국민이 동의하지 않는다는 것은 알지만 힘든 결정을 내렸다"면서 "그러나 자유을 수호하고 (테러리스트들의) 증오의 이데올로기를 패퇴시키기 위해 우리가 가진 모든 자산을 사용했으며 세계는 결국 사담 후세인이 없어서 더 안전해졌다" 이라크전을 옹호했다.

부시 대통령은 특히 케리 후보가 9.11 테러와 상관이 없는 것으로 드러난 이라크를 상대로 '마지막 수단'이었어야 할 전쟁을 일으킨데 대해 비판하자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이 유엔 사찰을 거부하는 등 외교적 노력이 통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 케리 후보가 이라크전을 '잘못된 전쟁'이라고 주장한데 대해 "그렇다면 어떻게 동맹국들을 상대로 잘못된 전쟁에 참여해달라고 요청할 수 있겠느냐"면서 "내가 만나고 통화하는 세계의 지도자들은 이라크전에 잘못된 전쟁이라고 말하는 사람을 뒤따르지 않을 것"이라고 공박했다.

부시 대통령은 '미국이 이라크전외에 또 다른 선제적 군사 공격을 할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런 일이 없길 바란다"면서 "단호하고 결단있게 행동함으로써 무력을 써야할 가능성이 적어질 것"이라며 은근히 케리 후보를 빗대어 공격했다.

대선 종반 판세를 가를 분수령이 될 이날 토론회에서 부시 대통령과 케리 후보는 연단에 선채 90분간 한치도 양보없이 팽팽한 공방전을 벌였으며, 이따끔씩 상대방의 말에 고개를 내저으며 동의할 수 없다는 뜻을 내보이기도 했다.

이날 두 후보간 첫 토론회 결과를 놓고 여론전문기관 일각에서 케리 후보가 우위였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부시 대통령은 이를 만회나 하려는 듯 토론중 시종일관 쟁점별로 케리 후보를 정면 공박했다.

토론회가 열린 마이애미대 컨보케이션 홀 주변 도로는 혹시 있을 지 모를 테러에 대비, 바리케이드로 봉쇄됐으며 학생들이 이용하는 주변 체육 시설들은 일제히 철시됐다.

한편 각종 여론 조사에 따르면 등록 유권자의 18~25%가 토론회를 보고 지지 후보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고, 특히 유권자들의 관심이 가장 큰 1차 토론회가 이번 대선의 종반 판세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토론회에 앞서 CNN과 USA 투데이, 갤럽 공동 여론조사에 따르면 부시 대통령이 52%대 43%로 케리 후보를 9% 포인트 차로 앞서고 있다.

또한 케리 후보가 승리를 위해 반드시 이겨야 할 플로리다주와 펜실베이니아주에서도 각각 9%, 3% 포인트 차로 부시 대통령에게 밀리고 있어 이날 토론회를 계기로 판세반전이 이뤄질지 주목된다.(연합뉴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