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외국인 노동자들의'수호천사'대구평화교회 고경수 목사

대구평화교회 고경수 목사는 직업이 여러 가지다.

주일날 성도들에게 설교를 할 때는 목사가 되지만 검은 가운을 벗으면 노동상담가, 법률상담가, 의료복지사, 인권운동가 등으로 변신한다.

월배, 화원, 성서, 논공 등 지역에 거주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상담활동을 벌여 그들의 아픔을 함께하기 때문이다.

고 목사가 시무하는 대구시 달서구 진천동 682-1번지에 위치한 대구평화교회도 그와 많이 닮았다.

300명이 넘는 성도들이 모두 외국인이다 보니 교회는 신을 섬기는 장소에서부터 향수를 달래고, 이국땅에서의 각종 설움과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공간으로 활용된다.

그래서인지 이 교회는 다른 교회들이 문을 닫는 설이나 추석 같은 명절에 더 바쁘다.

갈 곳 없는 외국인 근로자들을 위해 매년 위안잔치를 마련하기 때문. 이번 추석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평화교회의 또 다른 특징은 기쁜 일보다 슬픈 일이 더 많다는 점이다.

수개월 동안 열심히 일한 임금을 떼이고, 폭행은 물론 산재, 성희롱까지 당했지만 어디 하소연도 하지 못하다가 마지막 희망의 끈을 붙잡기 위해 이곳을 찾는 외국인들이 대부분인 것. 고 목사는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인식이 많이 달라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많은 외국인이 설움과 억압에 허덕이고 있다"고 했다.

게다가 최근 불법체류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강제출국 단속이 시행되면서 이 교회 성도들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단다.

"어려운 상황에 처한 대부분의 외국인 근로자들이 불법체류자여서 제도권 내에서 도움을 주기가 너무 힘듭니다.

우리나라 경제에 분명 일익을 담당하고 있는 이들을 이렇게 매몰차게 내쳐야 하는지 안타까운 마음뿐이지요."

성도들 모두가 어려운 형편의 외국인 근로자이다 보니 교회 운영도 힘들다.

의료비, 법률비 등 이들에게 나가야 할 돈은 많은데 몇몇 독지가들의 후원금에 의존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것. " 후원금은 한정돼 있고, 매달 마이너스죠. 그래도 간혹 천사 같은 분들이 나타나 겨우겨우 연명하고 있습니다.

"

모든 외국인 근로자들이 합법화돼 마음 편히 일할 수 있게 되는 것이 고 목사의 조그마한 바람이다.

정욱진기자 pench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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