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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삶의 결핍, 그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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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문득 화가인 나의 일상이 구질구질하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이런 날은 행복한 날보다 즐거움이 부재하던 시절의 일기가 보고 싶어집니다.

서랍 깊이 넣어둔 탈색되고 옹색해진 일기장을 펼쳐 읽고 미술관이나 화랑으로 나갑니다.

그러나 거기서 작품을 깊이 들여다보기란 쉽지 않습니다.

하물며 '그리기'에 익숙해진 화가의 시각으로도 읽어내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닌데 난해하기 짝이 없는 현대미술을 접하면 '공감'을 얻기란 더욱 어려워집니다.

하지만 그림도 일반적인 삶의 방식으로 규정해 보면 그 속에는 즐거움과 슬픔 같은 게 보이기 마련입니다.

친구는 그의 소설에서 예술가들의 욕망을 이렇게 추론하고 있습니다.

"시인이 시를 쓰고 소설가가 소설을 쓰는 것은 물론, 피아니스트가 피아노를 치고 화가가 붓질하는 것은 마음의 어딘가가 불행하고 불만에 차 있기 때문" 이라고 적어 놓습니다.

흔히 그림에도 어쩌고 저쩌고 하는 식의 삶의 불화(不和)는 있습니다.

누구나 감정의 층위를 벗길수록 내면에서 충돌하는 자신을 보는데, 그것을 풀어내는 방식으로 작가는 작품에 여러 장치를 던져 놓습니다.

일종의 결핍이나 습성, 트릭이나 교묘한 역설을 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가 표현해 놓은 부호를 누군가는 투시해 봅니다.

누군가가 불행하고 채울 수 없는 어떤 공허를 말하고 표현한다는 점에서는 작가와 대중이 다르지 않습니다.

자기 언어로 자신의 삶을 풀어내는 방식이 다를 뿐 생채기 나고 온전치 못한 가슴은 같아 보입니다.

온갖 삶의 양태들이 세상에 있습니다.

그것을 담는 것이 화가가 노동하는 이유이며, 또한 그림입니다.

'느낌'이란 추상명사로 공감할 수 있는 게 예술작품입니다.

그 점에서 하나의 예술작품은 심약한 우리의 정서를 더듬어 삶의 불화를 청소하는 카타르시스를 전하기도 합니다.

권기철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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