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쌀한 10월의 가을이 깊어지면서 이곳 유럽의 패션 경향도 차츰 달라지는 듯하다.
지난 여름 거리 패션에 수없이 보여졌던 화려한 1970, 80년대의 펑크·팝 아트 분위기의 약간은'거친' 패션보다는 2차대전 전·후 1940, 50년대의 엘레강스하면서도 여성미를 강조하는 전형적인 '숙녀' 혹은 섹시한 '비서' 느낌을 주는 스타일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한동안 큰 인기였던 폭넓은 플리츠 스커트보다는 다리의 각선미를 드러낼 만큼 폭 좁은 '펜슬 스커트', 어깨선 없는 기모노 스타일의 셔츠보다는 하늘하늘한 새틴이나 시스루 소재의 프릴 달린 리본 블라우스, 털 달린 깃의 코트, 그리고 둥근 코의 하이힐 등이 자주 보인다.
올 가을에 큰 유행을 불러일으킨 이런 '레이디 라이크(Lady Like)' 패션은 내년 봄·여름까지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19일부터 4일간 열린 런던 컬렉션에서는 내년 봄·여름에도 여전히 '과거 여성'을 아이콘으로 하여 전반적으로 '여성미'를 강조한 디자인들이 수없이 선보였다.
떠오르는 영국 소녀모델 릴리 콜을 앞장 세운 '폴 스미스(Paul Smith)쇼'에서는 과거 영국의 부유한 집안에서 부러울 것 없이 교육받은 딸을 연상시키는 듯한 의상들(파스텔 톤의 재킷, 꽃 무늬 프린트와 앞치마 디테일)로 '전형적인 영국 소녀'의 스타일을 선보였다.
영국 패션 거물 중의 하나로 지목되는 디자이너 줄리안 맥도날드(Julian MacDonald)는 1940년대 흑백 영화에 자주 등장했던 할리우드의 글래머러스한 여자 배우들을 아이콘으로 한 스타일들(가슴선을 강조한 끈 없는 보디스, 새틴과 실크 소재의 드레스, 치마의 흰색 레이스 장식)로 내년 봄·여름 트렌드를 내다보았다.
최근 영국 패션 미디어에서 가장 주목받는 디자이너인 자일즈(Giles)는 전설적인 슈퍼모델 린다 에반젤리스타를 오프닝으로 등장시켜 카프탄 드레스, 퍼프 어깨의 팔꿈치까지 오는 짤막한 재킷, 무릎 길이의 몸에 붙는 펜슬 스커트 등을 내세워 과거의 새침떼기 '비서'를 리바이벌한 듯했다.
이러한 '과거 패션'을 반영한 디자인들로 내년 봄·여름 유행 경향을 보여준 디자이너가 있는 반면에 다른 방면으로의 여성미를 강조한 디자이너들도 꽤 있었다.
톱 모델 케이트 모스, 힙합 프로듀서 데이몬 데쉬 등 유명 인사들로 자리를 메운, 미남 영국 배우 주드 로의 전 아내 사디 프로스트의 '프로스트 프렌치(Frost French)쇼'에서는 천으로 허리를 휘감은 인도풍 드레스, 새틴 소재의 코르셋 팬츠와 섹시한 브라 등을 선보이기도 했다.
어제까지만 해도, '여자라도…'하는 조금은 와일드한 스타일이 온통이더니 이젠 '여자니까…'하는 여성스러운 스타일이 강조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어쩌면 이젠 유럽 남성들도 동양 남성들(특히 지나치게 '여성스러운 여자'를 좋아하는 한국 남성들)처럼 차츰 여자다운 여자를 선호해 간다는 의미는 아닐는지….
정미화·패션저널리스트(스포츠&스트리트 콜레지오니·뉴욕패션TV) mihwachoung@yahoo.co.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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