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국회 국정감사가 한창 진행 중인 가운데 경북의 한 곳에 대한 감사 뒤 국회의원들이 저녁회식을 끝낸 뒤 해프닝이 발생, 구설수에 올랐다.
감사에서의 '선처와 감사'를 표시하기 위해 모 피감기관이 일부 의원들에게 '감사봉투'를 돌렸는데 회식 뒤 이 봉투가 든 양복을 서로 바꿔 입는 바람에 '감사봉투 사건'이 들통났기 때문. 장소는 흔히 방석집으로 알려진 '요정'이었다.
이 요정은 영화 '장군의 아들'에도 등장한다.
일제시대 감옥에 갇힌 김두한을 구하기 위해 조선주둔 일본군 최고 책임자를 접대하는 조선인 상인들이 모였던 곳이자 조선의 한 여인이 일본군에게 희생당하는 비애의 한 장면이 나타나는 곳도 요정이다.
요정(料亭)은 본래 요릿집을 뜻했지만 본래의 의미보다는 기녀와 술 및 요리가 갖춰진 유흥업소를 지칭했고 각종 흥정과 거래가 이뤄진 은밀한 장소로 활용된 이미지를 풍기고 있다.
따라서 지금은 거의 사라지고 일부만 남았지만 숱한 애환과 사연을 남기기에 충분했다.
대구공직사회에서도 요정은 피할 수 없는 한 공간을 차지했다.
대구에는 한때 시내 서성로를 중심으로 요정이 30~40여 군데 번성했으나 그런 대로 명맥을 유지하는 곳은 지금은 몇 군데에 불과한 것으로 요식업계는 보고 있다.
대구의 한 요정은 과거 박정희 전 대통령이 찾았던 곳으로 특히 이름을 날렸다.
때문에 지역의 내로라 하는 사람들이 이곳을 드나들었으며 집주인은 유명세를 타면서 대구 요정계의 대부로 통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그곳을 중심으로 요정생활을 했던 여종업원들은 경험을 살려 새 요정을 차려 독립하는 등 업계의 맥을 이었으나 90년대부터 경제성장과 거품경제, 과소비에 힘입어 본격적으로 번성하기 시작한 소위 룸살롱이란 고급술집의 주인으로 자리바꿈 하는 등 대구 유흥업계의 흐름에 한몫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대구시 퇴직 한 공무원은 "과거 70, 80년대에 중앙에서 고위 공직자가 출장오면 요정으로 모셔 극진한(?) 대접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면서 "관선시절이라 서울(중앙부처)에 잘못 보일 경우 불이익을 받는 등 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관료사회의 탓이었을 것"이라며 요정접대 배경을 설명했다.
또다른 퇴직 공무원도 "관공서와 관련된 중요한 거래나 업자들의 공무원 접대는 요정에서 이뤄질 수밖에 없었고 요정문화는 대구행정에서 있어서 많은 영향을 끼쳤다"면서 "그러다 보니 일부 간부 공무원들이나 지도층 인사들의 요정 스캔들이 적잖았다"고 회고했다.
이 같은 요정문화는 '비밀유지'가 잘 됐기 때문으로 풀이했다.
이처럼 요정이 접대와 지역 지도층 인사의 만남이나 이별을 위한 장소로 애용됨에 따라 사건의 한복판에 서기도 했다.
1990년대 경북도의 한 도지사가 이임식을 마치고 지역경제계 등의 인사들이 마련한 이임 송별연회에 참석,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 대구지검 수사관들에 의해 뇌물수수 등 혐의로 전격 연행된 현장도 대구시 중구 계산동의 어느 요정이었다.
지금은 흔적도 없어졌지만 이 요정은 그 뒤 국회에 의해 실시된 국정감사에서도 거론돼 세인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대구서 열린 한 국제대회 관련 요정로비도 화제가 됐다.
시설이 부족했던 시는 기존시설을 활용하려 했으나 상급기관에서 기준 미달로 제동을 걸자 애가 탄 대회 관계자는 상급단체 관련 임원을 대구로 초청, 정성스런(?) 로비를 벌여 결국 시설점검에서 합격하고 20억원 가까운 예산을 절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인열기자 oxe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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