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베팅

얼마 전 로또복권과 증권에 투자했다가 실패한 부녀가 동반자살을 시도, 딸은 숨지고 아버지는 미수에 그친 사건이 있었다.

세무공무원이던 아버지는 보증을 잘못 서는 바람에 가정과 직장을 날렸고, 회사원이었던 딸은 승진에서 누락되자 사표를 냈다.

세상의 본류에서 밀려나 무위도식하는 처지가 된 부녀가 본류로 되돌아가기는 불가능한 현실이었다.

궁리 끝에 택한 것이 복권과 증권이었다.

◇남의 눈치 볼 것 없이 잘만 하면 일확천금의 인생 역전을 이룰 수 있을 것 같아 보이는 것이 복권과 증권이다.

부녀는 유일한 재산인 딸의 퇴직금 5천만원을 걸고, 1년 안에 10억원을 만들기로 계획했다.

뜻을 못 이루면 함께 죽기를 각오했다.

결과는 빈털터리였고 앞으로 살아나갈 희망은 없었다.

부녀의 비극에는 중산층 대열에서 탈락한 수많은 서민들의 참담한 모습이 묻어있어 사람들을 우울하게 했다.

◇복권은 말할 필요가 없지만 증권도 사실상 자신의 노력과 의지만으로 이룰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로또 복권 1등 당첨 확률은 814만5천60분의 1, 일반인이 주식으로 돈벌 확률은 3~5% 이하다.

여기에 목숨을 걸면 살아날 확률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

만에 하나, 기적 같은 행운으로 대박의 꿈을 이루었다 하더라도 심신은 거의 황폐화된 연후일 가능성이 높다.

◇국감 자료에 따르면 강원도 정선의 강원랜드 카지노 VIP고객 100명의 판돈이 1조4천억에 달했다고 한다.

메인 카지노가 문을 연 지난해 4월부터 1년4개월 동안 VIP 영업장을 이용한 상위 100명이 도박용 칩으로 바꾼 돈이 모두 1조3천794억원. 이들이 잃은 돈은 2천834억원으로 한사람이 평균 28억여원이나 됐다.

그 중 한 사람은 576억원 어치 칩을 바꿔, 혼자서 133억원을 잃었다.

◇서민들은 상상조차 못할 엄청난 거액을 잃은 카지노 VIP 중 그 누구도 자살했다는 뉴스는 없었다.

강원랜드 VIP 영업장은 정회원이 290명, 현재 3천602명이 정회원이 되기 위해 임시회원으로 대기중이라고 한다.

기업체 대표.임원, 연예인 등이 많다고 한다.

억대의 돈을 푼돈 날리듯 베팅하는 카지노 VIP와, 옥탑방에서 PC를 붙잡고 목숨을 베팅한 부녀가 사는 세상은 거의 하늘과 땅 만큼이나 멀다.

김재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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