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백윤식 인터뷰>'까르르' 엉뚱한 카리스마 폭소탄

최근 전파를 타고 있는 남성화장품 광고의 한 장면. 밴을 타고 이동하던 백윤식(57)이 매니저에게 묻는다.

"이봐, 조인성이 하고 나하고 누가 더 잘 생겼나?" 뜬금없는 질문에 아부성 발언을 날리는 매니저. "물론 백 선생님이시죠." 그가 웃으며 한술 더 뜬다.

"우리 땐 인성이 같은 얼굴은 얼굴 축에도 못 꼈지." 화면이 바뀌면 백윤식이 아내 무릎 위에서 얼굴 팩을 붙이고 있다.

팩을 신경질적으로 떼어내며 하는 말. "아이 참, 이러다가 이거 조인성이처럼 되면 어떡하려구 그래?"

백윤식의 매력은 '부조화'에서 나온다.

깊게 쌍꺼풀진 눈과 흰 피부의 다소 느끼한 얼굴, 딱딱 끊어지는 말투, 유난히 낮게 깔리는 저음으로 심각하게 내뱉는 말들이 보는 사람의 배꼽을 쏙 빼놓는다.

엉뚱한 의외성과 카리스마의 절묘한 부조화가 '백윤식 열풍'을 불러일으키는 이유다.

그는 요즘 남성화장품, 인터넷 포털 사이트, 김치냉장고, 주류 등 각종 CF부터 TV 시트콤, 뮤직비디오, 영화까지 연기 인생 최고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겉으로는 심각해 보이지만 사실 낙천적인 편이에요. 재미있게 살려고 노력하는 편이죠. 사람의 지문이 틀리듯 저만이 가진 개성이나 잠재적인 특징들을 작품에 접목해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거죠."

그는 내년이면 데뷔 25주년을 맞는 원로(?) 배우다.

1970년 KBS 공채탤런트 9기로 데뷔한 그는 1970년대 초 '멋진 사나이들', '꽃피는 팔도강산' 등에서 사관생도로 출연한 당시 청춘스타였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이들에게 백윤식은 1994년 MBC 드라마 '서울의 달'의 미술 선생님으로 남아있다.

다소 느끼한 외모에, 반듯한 매너로 사기성을 감추던 그의 이미지는 바로 이때 형성됐다.

그후 백윤식은 '파랑새는 있다', '덕이' 등에서 조연급 배역을 맡았지만 큰 주목을 받진 못했다.

"그동안 쉬지 않고 연기 활동을 해왔는데 기억하시는 분들이 많지 않더군요. 시청률이나 관객 호응이 높은 작품을 하면 인기를 얻었겠지만 그렇지 못했으니까요. 사실 다작을 하는 스타일도 아니구요."

백윤식은 2003년 장준환 감독의 기발한 SF 영화 '지구를 지켜라'를 통해 평단의 찬사를 받았다.

악덕기업주로 위장한 외계인 왕자 강만식 역을 맡은 그는 머리를 빡빡 깎고 속옷만 입은 채 지하실을 뒹굴며 '망가지는' 연기의 진수를 보여줬다.

"연기 생활의 종합편인 기념비적인 작품이었죠. 망가진다기보다는 난이도가 높았어요. 그냥 봐도 이거 온 몸으로 고생이겠구나 싶은데 인간적으로는 이렇게 힘든 작품을 해야하나 싶었고 배우로서는 내가 아니면 안되겠다 싶을 정도로 욕심이 났었죠."

이 영화로 그는 대종상 남우조연상을 비롯, 각종 영화제에서 조연상을 휩쓸었다.

그리고 올 상반기 전설적인 사기꾼으로 출연한 영화 '범죄의 재구성'에서 코믹 배우 대열에 완전히 합류했다.

SBS 시트콤 '압구정 종갓집'에서 소심하고 엉뚱한 가장 역으로 투입됐고 올해 초에는 '미스터 킴'(김태욱)의 뮤직비디오(담백하라)에서 가죽옷 차림의 로커로 완벽한 립싱크 연기를 선보여 화제가 됐다.

그는 최근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40, 50대 연기자 대열의 선두에 서 있다

하지만 중견 연기자의 인기라는 것이 소모적이라 금세 사그라들기 마련이다.

전원주나 오지명이 대표적인 예다.

"할리우드에는 젊은 배우와 중견배우가 대립각을 이뤄 주연을 맡는 경우가 많잖아요. 배우들이 연륜이 쌓일수록 더 각광을 받아요. 하지만 우리는 한창 뭔가 보여줄 나이에 퇴출시키는 것이 문제에요. 그래서 비록 작품 선택에서 손해를 보더라도 앞으로 동료들이나 후배들이 제 나이가 되어도 무엇이든 할 수 있도록 앞서 가면서 길을 닦아야겠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

아직 자신을 찾아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행복하다는 백윤식. 그는 연기자에게 끝이란 없다고 했다.

"끝까지 욕심 내지 않고 좋은 작품들로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고 싶습니다.

" 장성현기자 jacksoul@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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