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중심가인 중앙상가의 '주말 및 휴일 차 없는 거리' 시행을 놓고 상인들과 복합영화상영관인 포항시네마가 서로 갈등을 빚고 있다.
상인들의 모임인 포항중앙상가연합회는 즉각 시행을 주장하는데 비해 포항시네마 측은 단계적 시행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
포항시와 상가연합회는 당초 지난달 18일 '차 없는 거리' 시행에 들어가기로 하고 교통표지판 등 각종 준비를 끝냈다.
하지만 포항시네마가 사전협의 없는 '일방적 결정'이라며 반발하는 바람에 시행이 보류됐다.
이에 상가연합회는 포항시와 경찰이 포항시네마의 모기업인 포항MBC의 압력에 굴복, 시행을 보류한 것은 '일관성 없는 행정'이라며 집단 행동도 불사할 뜻임을 밝히고 있다.
포항시네마 측도 "포항시와 경찰, 상가연합회가 우리 의견을 제대로 수렴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시행하려고 했다"며 "만약 강행한다면 영업손실에 따른 법적대응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 '차 없는 거리' 추진 경위
'중앙상가 차 없는 거리'는 지난 2000년 1월에 첫 시행한 경험이 있다.
포항경실련과 중앙상가발전협의회 등이 나서 중앙상가를 '문화의 거리'로 만들어 침체된 중앙상가를 살리자며 포항시에 요청했었다.
당시에는 주말 및 휴일뿐 아니라 평소에도 차가 다니지 못하는 '전면 차 없는 거리'였다.
그러나 시행 10개월 만에 '차 없는 거리' 운영은 중단됐다.
일부 상인들이 시행한 결과 별다른 차이가 없을 뿐 아니라 고객들도 오히려 줄어들었다며 환원을 요구했었기 때문.
하지만 중단 4년만에 상인들은 다시 시행을 요구하고 있다.
상인들은 롯데백화점 등 대형 매장들이 고객들을 싹쓸이해 가는 현실에서 중앙상가를 이대로 방치할 수만은 없다는 입장이다.
이와 함께 내부적으로 지난 2000년 당시 시행 10개월 만에 환원시킨 것은 섣부른 판단이었다고 말하고 있다.
이번에는 평일은 지금대로 일방통행로로 하되 주말과 휴일에만 차량통행을 제한하자는 것이다.
중앙상가연합회(회장 김충호)는 시행에 앞서 지난해 10월 상인들을 대상으로 자체 여론조사를 한 결과 157개 점포 중 140개소(89.2%)가 차 없는 거리를 원했다며 시행 배경을 설명했다.
이에 따라 포항시와 경찰은 교통규제심의위원회를 열고 통행제한 고시와 함께 표지판 등 교통안전시설을 설치, 지난달 18일부터 시행에 들어가기로 했었다.
그러나 포항시네마 측이 대체 진입로가 없으면 엄청난 영업손실이 불가피하다며 이의를 제기했고, 결국 시행이 다시 보류됐다.
▨ 양측 및 포항시 입장
상가연합회는 최근 중앙상가 거리에 '주말 차 없는 거리, 문화의 거리를 조성하는 데 반대하는 포항시와 포항시네마는 각성하라'는 제목의 현수막을 내걸고 대시민홍보에 나섰다.
이와 함께 포항시네마의 일방적 이의제기로 시행을 보류한 것은 중앙상가 상인들의 전체 의사를 무시하는 것일 뿐 아니라 침체된 중앙상가를 살리려는 포항시의 의지를 의심케 하는 처사라며 즉각 시행을 주장하고 있다.
김충호(48) 중앙상가연합회장은 "지난해 10월 여론조사때 포항시네마 측도 차 없는 거리 시행에 찬성했다"며 "포항시 역시 어느 정도 민원이 있더라도 추진하겠다고 해놓고 지금 와서 보류한 것은 일관성 없는 행정일 뿐 아니라 모기업인 포항MBC의 눈치를 보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포항시네마 측은 "영화관의 경우 토·일요일에 전체 고객의 60%가 차량을 이용해 영화를 보러오기 때문에 대체 진입로가 없을 경우 엄청난 영업손실이 불가피하다"며 "상가연합회와 포항시가 시행에 따른 문제점을 논의하는 등 구체적인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했다"고 반박했다.
포항시네마는 또 "15억원을 들여 100대분의 주차시설을 갖춘 것은 차량 고객을 위한 배려였다"며 "정 시장이 내년에 이면도로 개설 등 진입로 확보를 약속한 만큼 그때 가서 시행하면 될 것"이라고 했다.
한편 포항시 입장은 양측 합의 없이는 시행이 어렵다며 양측의 합의를 바라고 있다.
포항시 관계자는 "포항시와 양측이 참석한 가운데 수차례 협의를 했으나 별다른 합의점을 찾지 못한 만큼 양측 합의시까지 차 없는 거리 실시를 무기한 보류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한편 포항시네마는 중앙상가 내 구 포항극장 부지를 매입해 올해 4월 개관했으며, 포항MBC가 전액(240억원) 출자해 만든 자회사다.
대지 670평(연건평 2천800여평)에 지하 1층, 지상 9층으로 8개의 스크린과 총 1천700여 관람석을 갖추고 있는 중앙상가 내 최대의 건물이다.
포항·임성남기자 snli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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