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름다운 함께 살기-'면역결핍증' 임수용군

'희망의 빛'살리고파

'중증복합면역결핍증'이란 희귀질병을 앓고 있는 임수용(12.대남초 6)군은 지난 추석 경북 상주의 할머니 집에 갈 수 없었다.

성묘도 하고 동네 형들과 술래잡기도 하며 뛰어 놀고 싶었지만 수술을 받지 못하면 생명이 위독한 수용이로서는 병원에서 계속 치료를 받아야만 했기 때문이다.

수용이의 정확한 병명을 알게 된 것은 지난해 3월.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감기에서 홍역, 뇌수막염까지 웬만한 전염성 질환은 빠짐없이 앓아 부모의 애를 태우던 수용이가 올해 들어 입술이 트고 위와 장이 허는 등 증세가 심해 병원을 찾았지만 병명을 알 수 없었다.

그러다 영남대의료원에 입원, 정밀진단 결과 3월말 '중증복합면역결핍증'으로 판명된 것.

이는 한 개의 유전자(ADA)가 손상돼 T세포(면역세포)가 생성되지 않아 생기는 질환으로 제 때 치료를 하지 않으면 합병증 등으로 목숨을 잃을 수 있는 무서운 질병.

워낙 희귀질환이라 수용이를 치료하는 의료진은 이 질병을 다루기 위해 외국사례와 자료를 참고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까지 밝혀진 유일한 치료방법은 골수이식수술뿐.

병명이 밝혀진 뒤 항암제를 투여하며 버티고 있지만 수용이의 어린 몸이 장기간 견디기 어려워 골수이식수술이 다급한 상황이다.

최근에는 약을 복용하면서 식욕이 당겨 폭식을 하고 신경질이 느는 등의 약물 부작용에 시달리고 있다.

다행히 얼마전 골수은행협회에서 유전자가 맞는 사람이 딱 한 사람 있다는 연락이 왔고 기증 의사까지 밝혔다.

가느다란 희망의 빛줄기가 비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7천만원이란 엄청난 수술비가 벽으로 다가왔다.

이들은 올 5월부터 생활보호대상자로 지정돼 보조금을 받지만 공사장 막일을 나가는 아버지 임춘복(47.달서구 송현동)씨가 벌어오는 돈을 합쳐도 한달 수입이 100만원을 넘지 못하기 때문. 적금을 깨고 기초생활수급자에게 주는 '의료 보호자' 혜택을 받아도 수용이의 치료비를 감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형편이다.

이미 치료비용을 대느라 진 빚만도 3천만원에 이르고 수술보증금 2천만원조차 마련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실정이다.

임씨는 "골수를 찾았다는 연락을 받고 나서 그렇게 좋아했는데…"라며 말끝을 잇지 못했다.

집안 형편을 모르던 수용이도 최근 어려운 집안 사정을 전해 듣고 풀이 죽어 말을 잊고 있다며 긴 한숨만 내쉬었다.

생각 끝에 임씨는 "수용이에게 '아빠가 돈 많은 부자이니 너는 다른 생각하지 말고 빨리 낫기만 하면 된다'고 거짓말을 했었다"며 울먹였다.

아이가 혹여 걱정할까 어려운 사정을 감춰왔던 것.

어머니 이현숙(37)씨도 "형편이 어렵더라도 어떻게 하든지 어렵게 찾아온 완치 기회를 절대 놓치고 싶지 않다"며 참았던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저희 '아름다운 함께 살기' 제작팀 계좌번호는 대구은행 069-05-024143-008 (주)매일신문입니다.

최창희기자 cch@imaeil.com

정운철기자 woo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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