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유통가는 8월말, 9월초를 기점으로 여기저기서 매장 리모델링을 마치고 새로운 모습을 선보였다.
영화관과 영캐주얼 의류매장을 동시에 입점시키는가 하면 친환경상품을 대거 포진시키고 고급 델리숍을 모아놓은 백화점 식품관 등을 두고 소비자들은 "백화점 분위기가 많이 바뀐 것 같다", "이제는 우리도 2만 달러 시대를 준비해야 하는 게 아니냐"고 입을 모은다.
이들의 한달 성적표에 대해 지역 유통관계자들은 일단 '성공'으로 보고 있고, 소비자들도 "전국 3대 도시인 대구의 유통업계가 고급 소비계층과 알뜰 소비계층, 문화지향적인 소비계층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전략 구사에 만족한 표정을 짓고 있다.
◇ 영화관 입점으로 감성·이지캐주얼 뜬다
동아백화점 수성점에 지난 8월 20일 영화관 '프리머스'가 입점한 뒤로 고객 층이 눈에 띄게 달라졌다.
종전에는 주 고객이 30, 40대 주부들이었지만 이제는 하교시간이 되면 10대 학생들로 매장이 붐비고 있다.
또 주말이 되면 10대 학생들을 동반한 가족단위 고객이 크게 늘어난 것도 두드러진 변화. 이전엔 주말만 되면 주 고객들이 시내로 빠져나가 고객수가 줄어들던 것에 비하면 크게 달라진 매장 풍경이다.
동아 수성점의 경우 영화관 입점과 MD 개편이 동시에 진행돼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평소에 10, 20대 취향에 맞는 브랜드가 부족했던 점을 감안, 영화관 입점을 계기로 10대 이지캐주얼 및 감성캐주얼 브랜드들을 대거 입점시켰다.
'영화관과 이지 캐주얼 브랜드가 함께 자리잡으면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유통가의 속설이 한번 더 확인된 셈이다.
영화관 영업실적도 좋은 편이어서, 주말의 경우 '대박 영화'가 없는 가운데에도 객석 점유율이 40~50%에 이르고 있어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동아 수성점 임병옥 점장은 "주말 고객수가 크게 늘고 있어 앞으로 가족단위 고객들을 위한 다양한 이벤트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백화점 식품관, 할인점과 차별화 시도
동아쇼핑은 8월 27일 지하 식품매장 푸드갤러리를 개관한 후 10, 20대 고객이 전체 고객의 30%를 차지하는 등 젊은 고객들이 많이 늘어났다.
특히 미시족의 젊은 맞벌이 주부들의 발길이 잦아지는 등 고객 수준이 한층 높아졌다는 것.
대백프라자도 40억원의 비용을 들여 지난 9월 2일 푸드월드를 선보인 이후 새로운 고객 창출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다.
식품관의 하루 이용고객이 10%가량 늘었을 뿐 아니라 1인당 구매금액도 40% 이상 증가했다.
리모델링 이전에는 오후 4시부터 6시 사이에 고객이 몰렸지만 최근엔 오후 6시 이후 고객이 늘어나 맞벌이 주부들의 새로운 고객층을 끌어들였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들 동아쇼핑과 대백프라자 식품매장의 변화는 '백화점 식품관과 할인점의 차별화'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생필품으로는 할인점과 가격경쟁에서 이기기 힘들 뿐 아니라 백화점만의 차별화가 시급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번 매장 리모델링을 통해 생식품 위주의 할인점 구성과는 달리 좀더 부가가치를 얻을 수 있는 '반조리식품', '완전조리식품'을 대거 선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백화점 매장에서는 더 이상 흙묻은 상품을 찾아볼 수 없다는 것. 동아쇼핑 송규한 식품부장은 "고구마, 감자, 무 등도 일차 세척을 거친 제품들"이라며 "재손질을 하지 않아도 되는 식재료를 판매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또 소비자들의 친환경 제품과 건강제품에 대한 폭발적인 수요에 발맞춰 매장을 구성, 이들 상품군의 매출이 급상승하고 있다.
백화점의 이러한 변화는 시민들의 식문화도 바꾸고 있다.
미리 조리된 식품을 판매하는 델리숍의 매출이 양쪽 식품관 매출에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대백프라자 김태식 이사는 "델리숍의 경우 매출이 서울 강남권 백화점들과도 비슷할 만큼 전국 최고 수준"고 말했다.
이는 식품매장 풍경을 바꾸어놓아, 대백프라자 델리숍 중 '왕만두'가 입소문을 타면서 줄을 서서 만두를 사는 진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유통관계자는 "웬만하면 줄서서 사먹지 않는 대구사람의 특성상, 매우 이례적인 풍경"이라고 말했다.
동아쇼핑 측도 "델리숍 매출 비중이 점차 늘어나고 있으며 지하철 개통 이후에는 10대들의 델리숍 이용이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역 유통가의 리모델링 바람에 대해 유통관계자들은 "기존 10년이 넘은 매장들이 새로운 유통환경에 맞춰 새로운 모습을 선보이는 것"이라며 "물론 매장 개편 후 한달밖에 되지 않아 섣불리 성공여부를 판단할 수는 없겠지만 백화점 개념이 바뀐 것은 분명하며 이런 변화에 대해 지역 시민들이 장기적으로 어떻게 받아들일지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세정기자 beaco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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