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자체, 수렵 감독 '나 몰라라'

멧돼지와 고라니 등의 유해조수로 인한 농작물 피해가 늘면서 시·군들이 이들 동물들을 잡을 수 있도록 포획허가를 내줬으나 총성과 관련된 민원이 제기되는 등 부작용이 잇따르고 있다. 하지만 인력과 예산 부족을 이유로 수렵금지 장소나 수렵제한 행위에 대한 지도감독은 거의 포기한 상태여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경산시는 두차례에 걸쳐 지난달 5일부터 이달 18일까지 멧돼지 26마리, 고라니 26마리, 청솔모 52마리 등 3종류의 유해조수 104마리를 잡을 수 있도록 허가해 주었다. 허가구역은 하양·진량읍, 와촌·용성·남산·남천·자인면 등 대부분의 마을이 지정됐고, 12명의 수렵회원들이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허가 구역이 멧돼지 등으로 피해를 입고 있는 농작물 경작지 일대뿐만 아니라 광범위하게 지정되는 바람에 일부 엽사들과 주민 사이에 총기 사용에 따른 마찰이 빚어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말에는 하양읍 사기리 환성사 주변 산에서 숙식을 하면서 송이채취를 하던 마을 주민들이 총소리와 사냥개에 놀라 나무 위로 몸을 피하기도 했다. 자신들과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2명의 엽사들이 멧돼지를 잡기 위해 총을 쏘고 사냥개를 풀어 놓았기 때문. 당시 송이를 캐던 주민들은 "송이산에 접근금지 표시를 해 놓고 송이채취를 하는데도 주변에서 총을 쏘고 사냥개가 추적하는 바람에 놀라 피했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2명의 엽사들에게 허가증 제시를 요구하며 항의하고, 경산시에 신고했다.

용성면 송림리 산18의 1 일대에서 염소 100여 마리를 사육 중인 박상현(47)씨도 지난달 25일 오후 사냥개 두 마리가 우리에 들어와 짖어대는 바람에 출산을 앞둔 염소 한 마리는 죽고, 7마리는 놀라 어디론가 달아나는 피해를 입었다.

그러나 허가기관은 인력과 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단속을 거의 못하는 실정이다. 다만 엽사들에게 자율적으로 허가사항 준수를 강조하는 수준에 불과하다. 또 유해동물들을 포획할 경우 시에 다음날까지 신고를 하도록 했지만 경산시에 신고된 것은 멧돼지 한 마리에 불과하다. 이나마 하양읍 사기리 주민들이 시에 신고하는 바람에 포획신고가 이루어졌을 뿐 신고조차 제대로 하지 않는 실정이다.

경산시 산림과 관계자는 "농작물 피해가 잇따라 유해조수 포획허가를 내줬으나 현실적으로 수렵인들의 자율에 맡길 뿐 단속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경산·김진만기자 fact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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