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첫 국감 중간평가...고성·막말 '구태여전'

기대를 모았던 17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역시나'로 흐르고 있다. 엉터리 통계자료에다 천편일률적 '재탕' 자료, 고성과 막말이 쏟아지는 구태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지역 정치권 역시 이슈 개발에 실패,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정책감사 실종 = 국회 교육위는 최근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의 편향성 문제를 둘러싸고 여야간 이념공방을 벌이는 바람에 정작 주요 현안인 사립학교법 개정과 일부 사립대의 고교등급제 실시 문제 등은 손도 대지 못했다.

행자위의 서울시 감사는 행정수도 이전문제의 본질을 외면한 채 '관제데모' 논란으로 일관했고, 통외통위와 국방위는 한나라당 의원들의 국가기밀 공개 논란으로 연일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국정감사 나흘째인 7일에도 법제사법, 국방, 정무, 문화관광 등 13개 상임위별로 정부부처와 산하단체에 대한 국정감사를 펼쳤으나 여러 국감장이 정쟁의 장이 되면서 파행을 거듭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특히 국방위는 이날 조달본부에 대한 국감도중 열린우리당 안영근 의원이 한나라당 박진 의원의 '남침시 16일 만에 서울 함락 시나리오 폭로'를 "스파이 행위"라고 비판한 데 대해 한나라당 의원들이 집단 반발하면서 처음으로 국감이 중단되는 사태를 벌이기도 했다.

이처럼 국감장 곳곳이 정책감사보다는 정쟁에 휩싸이고 있는데도 말려야 할 여야 지도부는 오히려 '지원사격'에 나서는 등 정쟁의 불씨를 키우고 있는 분위기다.

일부 의욕있는 의원들은 이 같은 분위기에 한숨이다. 국감시작부터 산하단체들이 자료 제출을 제대로 하지 않는 바람에 애를 먹었는데 국감이 시작하자마자 불거진 정쟁 때문에 '면학' 분위기가 깨지고 있어 그야말로 일할 맛이 안난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의 한 재선 의원은 "이번 국감들어 두드러진 피감기관들의 성의없는 자료제출로 어렵게 질의 자료를 만들었지만 지난 일주일 동안 한번도 질의서 내용을 끝까지 읽어 내려가지 못했다"며 "간사 및 지도부까지 나서 정치적 현안에 대해 보이콧하라는 지시를 암묵적으로 하고 있어 일에만 열중할 형편이 아니다"고 토로했다.

◇몸 덜풀린 지역 정치권=지난 4일부터 시작된 국감 중 새롭게 드러난 의혹이나 눈에 띄는 대안 제시가 거의 없다시피했다. 국감 질의내용 상당수는 한두 번 언론을 탔거나 이미 문제점이 드러난 내용들이었다. 또 국감 시작 초반 의원들이 경쟁적으로 내놓았던 정책자료집도 이번 국감에선 찾아보기 힘들었다.

특히 중진들의 움직임은 참혹했다. 매번 질의자료를 언론사에 공개하지 않는 이들도 있었고 그나마 내놓은 자료 역시 천편일률적 재탕 수준을 못 벗어났다. 마찬가지로 초선들 역시 '몸이 덜 풀려서인지' 이렇다할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조폐공사의 본부, 경산 이전(최경환)"과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대구 이전(김석준)" "대구지하철 참사 이후 보강작업 재진단(안택수)" 주장 등이 고작이었다. 그러나 '추궁'은 있되 '대안' 제시로 연결되지 못한 경우가 허다했다. 그나마 최경환(崔炅煥).주성영(朱盛英) 의원은 피감 기관장을 호되게 몰아세우는 '군기 반장'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렇다고 새로운 의혹 제기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서상기(徐相箕), 김석준(金碩俊) 의원이 지난 7일 정보통신부 국감에서 전직 장관의 정보화촉진기금 부당 지원 개입의혹과 한국통신의 한솔엠닷컴 인수 비리와 관련 '몸통'을 거론해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논란' 이상의 반향을 얻지 못했다. 이한구(李漢久), 유승민(劉承旼) 의원이 8일 자산관리공사에 대한 국감에서 대우건설 주간사 선정 과정과 관련한 임직원의 비리를 폭로했으나 이미 검찰이 수사 중인 사안이었다. 김성조(金晟祚) 의원은 직무와 관련한 공무원 범죄 급증을 추궁, 관심을 끌었지만 "무혐의 처리된 사안까지 통계치에 포함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태완기자 kimchi@imaeil.com 박상전기자 mikypar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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