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들은 오늘 하루 허수아비가 될래요. 우리가 직접 허수아비가 되면 참새가 벼를 쪼아먹지 못할 거예요."
10일 학마을축제가 열린 칠곡군 가산면 송학리 마을앞 들녘엔 100여개의 허수아비가 탄생해 마을을 멋지게 장식했다.
난생 처음 허수아비를 자신들의 손으로 직접 만들어 본 도시 어린이들은 자신들의 옷과 모자 등으로 허수아비를 멋지게 장식한 뒤 가슴엔 이름표까지 새겨 넣었다.
학마을 축제장터에는 오전 10시부터 대구와 구미 등 인근 도시주민들이 몰려들기 시작해 오후까지 꾸준히 발길이 이어졌다.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허수아비 만들기와 사과따기, 땅콩과 고구마캐기 체험. 축제장인 하판분교 마당 한쪽에는 어른들과 어린이들이 어울려 콩사리에 한창이고, 허수아비를 완성한 어린이들은 자신의 모습을 닮은 허수아비를 안고 메고, 인근 들판으로 향했다.
대구에서 온 김동엽(11·용산초교 4년), 상엽(8·용산초교 1년)형제 가족들과 정예린(13·용지초교 6년), 이시온(12·지산초교 5년), 김민혜(9·지봉초교 2년)양 가족 11명은 허수아비를 만들어 세운 뒤 기념사진찍기에 여념이 없었다.
김정호(42·계성고 교사)씨는 "아이들에게 이보다 더 좋은 자연공부는 없다"며 "이런 형태의 농촌 축제가 더욱 자주 열렸으면 좋겠다"고 했다.
매일신문을 보고 아파트 이웃들과 함께 찾아왔다는 명경미(38·대구시 북구 동천동)씨와 이연옥(38)·임동철(39)씨 부부는 "아이들이 고구마를 땅에서 캔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며 자녀들에게 농촌체험 시키기에 열중하는 모습이었다.
함께 온 박완식(40)·구경숙(39)씨 부부도 "고향이 시골(경남 고성)이라 어릴 적 생활하던 기억도 생각나고, 아이들에게 농촌 생활을 직접 보여주고 싶어 찾아왔다"고 했다.
허수아비를 세운 가족들은 사과따기, 고구마, 땅콩캐기 체험장으로 줄줄이 이동했다.
사과밭으로 가는 논둑길에는 시가 담긴 액자들이 황금들판 곳곳에 숨어있어 야외 시화전 분위기를 연출했다.
어떤 가족들은 송학리 마을의 담너머에 빨갛게 익은 감홍시를 따먹기도 하고, 황금빛 넘실거리는 논에 들어가 비닐주머니 가득 메뚜기를 잡기도 했다.
올해 처음 시작한 '가산 학마을축제'는 모든 손님들에게 '비빔밥 뷔페'와 숯불 돼지고기를 무제한 대접하는 '인정축제'로 자리매김했다.
주최 측이 마련한 4천장의 이름표는 오전에 동나버렸다.
송학리 부녀회장 박덕자(53)씨는 "쌀 3가마반으로 밥을 했으나 모자랄 것 같아 부녀회원들이 오후에 부지런히 밥을 해다 날랐다"고 환한 웃음을 지었다.
박 회장은 이번 축제를 위해 한달 전부터 집앞 텃밭에서 무공해로 배추를 재배했으며, 이번에 마을을 찾아온 손님들에게 "마음껏 뽑아가라"며 인심을 썼다.
축제준비위원회 김성태 위원장은 "정확한 집계는 어렵지만 아마 가산면 주민들까지 합치면 5천여명이 넘을것"이라며 "내년에는 더욱 풍성한 잔치가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칠곡·이홍섭기자 hslee@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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