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고금의 위대한 왕들은 '독서 휴가'로 국정을 지혜롭게 이끌었다. 세종대왕은 촉망받는 젊은 학자들에게 재충전을 위한 '사가독서(賜暇讀書)'를 하도록 했다. 성삼문 박팽년 등을 절로 보내 글을 읽게 한 것도 그 예다. 그에 따르는 비용은 모두 국비로 지급하고, 수시로 음식을 내려 격려도 했다고 한다.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은 고위 신하들에게 3년에 한 번 꼴로 한 달 가량의 유급 독서 휴가를 주었다. 셰익스피어 작품 중 5편을 정독한 뒤 독후감을 제출하는 '셰익스피어 버케이션'이 그것이다.
쪊누군가 '교양의 안티테제는 편협한 정신'이라고 했다. 우리 사회를 돌아보면, 폭넓은 교양을 쌓지 않은 탓에 숲을 보지 못하고 나무만 보는 '전문적인 바보'들이 적지 않은 것 같다. 우리는 과연 책을 얼마나 읽고 있는가. 한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남성의 연간 독서량은 15.2권, 여성은 11.3권이다. 한 달에 잡지 외의 책을 읽은 사람은 고작 44.6%다.
쪊'독서 경영'이라는 독특한 철학으로 기업을 이끄는 인물이 있어 화제다. 조병호 동양기전 회장은 900여명의 직원들에게 필독 도서를 포함해 의무적으로 책을 읽히며, 독서 논문과 독후감이 심사에 통과돼야만 승진시킨다. 독서 지도사를 두고 토론회도 갖는 이 회사는 사원 채용 때 역시 미리 나눠준 책을 읽고 제출한 독후감을 심사할 정도라 한다.
쪊자신도 1주일에 2, 3권의 책을 읽는 조 회장이 독서를 사풍으로 굳건하게 자리잡게 한 데는 남다른 방법이 따랐다. 1991년 사내에 4년 과정의 '독서대학'을 두고, 이 과정을 마치려면 2주에 1권씩 100권의 책을 읽고 독후감을 내야 하며, 논문을 제출해야만 졸업이 가능해진다. 토론과 강연 참여도 기본이다. 그는 회사의 성장도 '독서 경영'이 기업 이념으로 자리 매김한 데 있다고 믿는 모양이다.
쪊'독서는 인간이 발명한 가장 가치 있는 관습'이라 한다. 사유의 낡은 장벽을 허무는 곡괭이며, 그 자리에 새 집을 짓는 흙손이라는 말도 있다. 책 읽기 좋은 계절이다. 곁에 두고 읽을 만한 경전이나 고전, 문학작품도 좋고, 지식산업 시대를 헤쳐나갈 실용서도 좋다. 동양기전이 한 본보기이듯이, 독서에는 한 공동체의 희망이 걸려 있다. 한 선각자는 '책 읽는 백성이라야 산다'고도 외치지 않았던가. 이태수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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