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詩와 함께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노을이 펄럭이다 나뭇가지에 앉았다, 저 너머 너머엔

울 할아버지적 할머니적 미투리와 나막신의 역사가

질박하다, 설운 유년마저 사박사박 단맛이 드는 계절;

나무지게와 새경살이의 한(恨)을 등테삼아

가난의 유산 한 짐 능금밭에 부으시며, 육날 조선낫처럼

그래 그렇게 무디게 살다 가신, 울 아버지 이력서 한 통이

붉게 매달려 익어간다, 사박사박 단맛이 든다

김창제 '능금밭'

*등테: 등받이의 방언

---------------------

부석사에서 바라보는 저녁 노을은 장관이었다. 부석사를 오르는 길가의 사과밭 풍경 또한 장관이었다. 사박사박 단맛이 느껴졌다. 아무도 거기 없었으므로 허락도 받지 않고 가장 붉게 익은 사과 하나를 땄다. 펄럭이다 사과 나뭇가지에 앉은 저녁 노을을 훔친 것이다. 고물장수 시인 김창제의 눈으로 보면 내가 훔친 것은 풍경이 아니라 현실이다. 저녁 노을을 훔친 것이 아니라 미투리와 나무지게의 역사, 가난의 유산을 훔친 것이다. 바라보는 눈의 위치에 따라 능금 한 알의 의미가 많이 다르다.

강현국(시인·대구교대 교수)

최신 기사

07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국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은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며 대구의 '첫 여성 단체장'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대구의 경제적 문제를 해...
이달 원/달러 환율이 1,470원을 넘어서며 1998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중동 전쟁의 여파로 원화가치가 급락하고 있어 1,500...
경기 남양주에서 20대 여성을 살해한 40대 남성 A씨가 의식 불명 상태로 경찰의 구속영장 신청이 지연되고 있으며, A씨는 범행 후 전자발찌...
이스라엘과 미국의 이란 폭격으로 중동 전쟁이 발발한 가운데,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살해하겠다고 공언했으..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