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詩와 함께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노을이 펄럭이다 나뭇가지에 앉았다, 저 너머 너머엔

울 할아버지적 할머니적 미투리와 나막신의 역사가

질박하다, 설운 유년마저 사박사박 단맛이 드는 계절;

나무지게와 새경살이의 한(恨)을 등테삼아

가난의 유산 한 짐 능금밭에 부으시며, 육날 조선낫처럼

그래 그렇게 무디게 살다 가신, 울 아버지 이력서 한 통이

붉게 매달려 익어간다, 사박사박 단맛이 든다

김창제 '능금밭'

*등테: 등받이의 방언

---------------------

부석사에서 바라보는 저녁 노을은 장관이었다. 부석사를 오르는 길가의 사과밭 풍경 또한 장관이었다. 사박사박 단맛이 느껴졌다. 아무도 거기 없었으므로 허락도 받지 않고 가장 붉게 익은 사과 하나를 땄다. 펄럭이다 사과 나뭇가지에 앉은 저녁 노을을 훔친 것이다. 고물장수 시인 김창제의 눈으로 보면 내가 훔친 것은 풍경이 아니라 현실이다. 저녁 노을을 훔친 것이 아니라 미투리와 나무지게의 역사, 가난의 유산을 훔친 것이다. 바라보는 눈의 위치에 따라 능금 한 알의 의미가 많이 다르다.

강현국(시인·대구교대 교수)

최신 기사

07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국제
더불어민주당 황희 의원이 제안한 '버스 하우스' 개념은 폐기된 버스를 개조해 대학가 청년들에게 임시 주거공간으로 제공하자는 내용으로, 네덜란...
브리핑 데이터를 준비중입니다...
서울 구로경찰서는 아내의 외도를 의심한 남성 A씨를 검거했으며, 그는 아내를 폭행하고 화장실에 감금한 뒤 고문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원정출산으로 태어난 아기의 미국 시민권을 제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번 명령은 ..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