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전 일이다.
60대 부인이 동네 의원에서 큰 병원에 가보라고 권유해서 대학병원에 가야 하는데, 어느 의사를 찾아갈지 고민이라며 기자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그래서 대구의 모 대학병원 교수를 소개해 드렸다.
그리고 며칠 뒤 그 환자에게서 전화가 왔다.
"지난 번에 고마웠습니다.
피부암이라는 진단이 나왔는데, 서울에 가야겠습니다.
" 그래서 여쭤봤다.
"서울의 어느 병원에 가시려고요?"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암 치료를 하려면 서울로 가야하지 않을까요?"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 그곳엔 정치, 경제, 문화 등 모든 것이 집중돼 있다.
의료 분야도 그렇다.
그러나 서울에 있는 병원이라는 이유로 의료의 모든 분야에서 국내 최고라고 할 수 있을까. 서울의 몇몇 병원은 의료기술이나 환자에 대한 서비스에서 지방의 병원보다 앞서가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서울에 있는 병원이라고 해서 모든 분야에서 최고인 것은 아니다.
서울에 갔다가 대구로 되돌아와서 치료를 받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도 환자들은 '묻지마 서울행'이다.
게다가 고속철이란 교통수단이 생기면서 서울행은 더 수월해졌다.
암과 같은 중증 환자는 물론, 근시 교정수술이나 성형수술, 치아교정을 위해서도 서울 강남의 개원가를 찾는다고 한다.
물론 하나 뿐인 생명을 지키기 위해, 보다 나은 서비스를 받기 위한 욕구와 선택을 문제 삼자는 것은 아니다.
다만 지역 의료의 발전의 저해, 지역 자금의 역외 유출, 환자의 의료비용 증가 등을 방지하자는 취지에서 무조건 서울을 선호하는 '묻지마 서울행'만은 자제돼야 하겠다.
그렇다면 얼마나 많은 환자들이 서울로 빠져나갈까.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이를 짐작할 만한 단편적인 통계는 있다.
중앙암등록본부 자료(2002년)에 따르면 대구, 경북의 암 발생 건수는 1만2천310건이다.
이 중 지역에서 치료를 받는 경우는 1만8건이다.
또 서울 ㅅ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은 사람 가운데 대구, 경북 사람은 연간 1천여 명에 이르며, 이는 이 병원 전체 수검자의 3.6%나 된다.
경북대병원의 외래, 입원 환자의 지역 분포를 보면 환자 유출의 실상을 짐작게 한다.
이 병원의 2003년도 외래환자는 대구 66.4%, 경북 30%, 기타 3.6%이다.
그런데 입원은 대구 26.7%, 경북 48.8%, 기타 24.9%로 큰 변화를 보인다.
수치만 놓고 보면 대구 사람 가운데 상당수가 외래진료를 받은 뒤 입원치료는 다른 지역에서 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불필요한 서울 유출에 대해선 환자의 현명한 선택이 요구되지만, 지역 의료계의 자성도 따라야 한다.
왜 '한국 의료의 메카'인 대구의 대학병원들이 환자로부터 신뢰를 잃게 됐을까.
의사가 명확한 치료 방침과 과정을 잘 설명해 주고 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준다면 환자는 무작정 보따리 싸 들고 서울로 가지만은 않을 것이다.
kim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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