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가로수 '수난'...가지 무참히 잘려나가

14일 오후 대구 달서구 이곡동 한 상가 앞. 푸른 이파리가 무성해야 할 히말라야시더 2그루의 아래쪽 가지 20여개가 무참히 잘려 나간 채 흉물스럽게 서 있었다.

달서구청은 지난 11일 가지가 잘려 나갔다는 주민 신고를 받고 가로수를 훼손한 사람을 잡기 위해 '목격자를 찾습니다'라는 안내문까지 내걸었지만 아직까지 찾지 못하고 있다.

구청 한 관계자는 "인근 상인들의 소행으로 추정하고 있지만 아직 목격자나 구체적 물증이 없어 고심 중"이라며 "범인 색출을 위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기 불황이 깊어지면서 가로수가 수난을 당하고 있다. 가뜩이나 장사가 안되는 마당에 가로수가 간판을 가린다며 상인들이 가로수 가지를 잘라내거나 독극물을 투여, 고사케 하는 등 무단 훼손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는 것.

대구 시내 기초자치단체들에 따르면 올 들어 발생한 가로수 무단훼손은 중구·수성구 2건, 남구·달서구 1건씩 등 모두 6건이다. 중구의 경우 지난 6월 동인동 경북대병원 인근의 직경 50cm에 이르는 플라타너스가 주민이 부은 독극물로 고사했고 남산동 남산초교 인근의 플라타너스도 고사위기에 놓여 구청이 지난 8월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중구청 측은 "나무가 차츰차츰 말라 비료도 주고 흙도 갈아 주었지만 결국 죽었다"며 "간판을 잘 보이게 하고 싶은 마음은 이해하지만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각박한 세태를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건축공사를 진행하면서 차량 진출입에 방해가 된다며 가로수를 무단으로 베어내는 경우도 많다. 수성구에서는 지난 2월 만촌동 한 아파트공사현장 앞에 있던 1m 높이의 광나무 170여그루가 잘려나가 구청이 업체로부터 230만원을 변상받았다. 또 남구 봉덕동에서도 지난 3월 아파트공사 현장에서 플라타너스 1그루가 베어져 110여만원을 변상받았다.

가로수 무단 훼손의 경우 책정된 가로수의 수종(樹種), 크기 등에 따라 부담금이 지워지는데 많게는 수백만원에 이르는 벌금을 내야 한다. 이상헌기자 dava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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