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남은 생 남 도우며 살래요"

간경화 김정이씨 수술 성공

"평생 빚을 갚는 마음으로 사회에 봉사하며 살겠습니다.

"

간경화 말기로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던 김정이(38)씨가 마침내 환한 웃음을 지었다.

수술비를 마련하지 못해 애를 태우다(본지 9월8일자 27면 보도) 독자들의 성금으로 지난 12일 간을 떼준 남편 박세관(43)씨와 수술대에 올라 성공적으로 수술을 마친 것.

김씨의 수술은 독자 137명이 일주일 동안 보내준 1천5백만원의 성금과 사회복지기금의 지원 등을 통해 마련됐다.

경북대병원 중환자실에 입원중인 박씨는 "아내의 상태가 급격히 악화돼 당초 5일로 예정된 수술이 연기됐을 때는 눈앞이 캄캄했는데 성공적인 수술결과를 전할 수 있게 돼 다행"이라며 "아내의 생명을 되돌려준 독자분들을 찾아뵙고 은혜를 갚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라고 눈시울을 붉혔다.

박씨는 수술 후 아직까지 아내의 얼굴조차 보지 못했다.

자신이 중환자실에 누워있는데다 아내 또한 외부인의 출입이 통제되고 있는 무균실에 누워있는 탓에 면회오는 친지들을 통해 서로 소식을 전해듣고 있다.

박씨는 "고통이 심해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은 끔찍한 기억이지만, 덕분에 아내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됐다"며 "그래도 친지분들을 통해 고통으로 일그러졌던 아내의 얼굴이 환해졌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힘이 난다"고 말했다.

이제 이들 부부에게 남은 일은 하루빨리 자리에서 털고 일어나 2살난 딸 지경이를 보살피는 것.

이달 1일부터 김씨가 입원해 있던 탓에 돌봐줄 사람 없던 지경이를 어린이집 원장이 보살펴주고 있다.

박씨는 "너무나 고마운 분들이 많아 이번 기회를 통해 세상은 정말 살 만하다는 사실을 실감했다"며 "살아가는 동안 세상에 진 빚을 잊지않고 꼭 갚도록 가슴에 새기겠다"고 다시 한 번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한윤조기자 cgdrea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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