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방송들의 전쟁

현대적 의미의 홍보는 지난 50년대 이스라엘에 의해 시발됐다. 당시 미국 국민들은 이스라엘 건국에 별 관심이 없었으나 이스라엘 측의 대대적 홍보활동으로 건국을 성사시켰다. 반면 언론을 몰랐던 PLO는 지금까지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 지난 90년 걸프전 때는 쿠웨이트가 미국을 상대로 홍보전을 벌여 이라크의 침공을 격퇴시켰다. 나라의 운명이 홍보에 좌우된 사례들이다. 홍보로 인해 제품의 운명이 뒤바뀐 경우도 여럿 있다. 다시다는 미원을, 하이트는 OB를, 농심라면은 삼양라면의 아성을 깨뜨렸다. 홍보의 무서움을 실증해주는 사례들이다.

2002년 제16대 대통령 선거는 미디어 선거였다. 이성보다는 감성, 내면의 자질보다는 외양과 스타일이 더 중시됐다. 정당이나 기존 정치체계보다 후보자들의 개인적 매력들만 부각되는 선거였다. 그 흐름을 십분 활용한 쪽이 노무현 진영이다. 인터넷의 과실까지 챙김으로써 절대 불리한 선거전을 승리로 이끌 수 있었다.

요즘 민영방송인 SBS와 공영방송인 MBC가 난타전을 벌이고 있다. SBS에 대한 MBC의 한 보도가 발단이 된 모양이다. "방송권 재허가 때 소유와 경영 분리 여부를 검토해 시정조치를 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에 SBS가 MBC의 땅 투기 의혹을 보도하고, MBC는 '가족방송 SBS'를 건드렸다. SBS의 최대주주를 '봉이 윤 선달'로 빗대 명예훼손 시비까지 빚고 있다.

요식절차인 방송권 재허가에 제동을 건 것은 공영방송의 대부 격인 방송위원회다. MBC의 보도는 대리전의 성격이 없지 않다. 방송위원회, 더 나아가 참여정부와 시각을 같이 하는 것으로 봐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언론개혁이란 명분을 내세울 수 있으나 민영방송 장악기도라는 의혹 또한 피하기 어렵게 돼 있다.

지금과 같은 좌우 이념대립 상황에서는 홍보가 정권의 승패를 결정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방송장악은 그 점에서 피할 수 없는 유혹이다. 그러나 홍보수단의 확보는 있는 것을 제대로 알리는 목적이어야지 유리한 정보만을 내보내는 검열수단이 돼서는 안 된다. 정권의 궁극적 목표가 국민지지 획득에 있다면 홍보수단 보다 훌륭한 홍보내용을 갖추는 것이 우선이다. "좋은 정책 없이 좋은 홍보 없다"는 금언을 새겨봐야 한다.

박진용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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