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업종이던 사이버 비즈니스, 전자상거래의 물결을 무시하긴 어렵다.
대구지역 전통제조업체들도 도도한 변화의 물결에 휩쓸려 있다
중국을 비롯한 동남아 국가들의 저가 공세에 급속히 가격 경쟁력을 상실하고 있는 대구 전통산업은 전자상거래를 통해 저부가 생산 중심에서 고부가 마케팅 체제의 서막을 열고 있는 것.
그러나 대구 제조업체들은 금융, 유통처럼 직접 소비자(B2C)를 상대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 간(B2B) 거래가 주라는 점에서 독자적인 전자상거래 인프라 구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수백~수천 가지에 이르는 제품 모두를 표준화하는 작업은 막대한 투자비용을 수반하기 때문이다.
전체 물량의 90% 이상을 해외에 수출하는 섬유, 안경테 업종은 국내외 금융시스템과의 연계부족으로 모든 결제를 오프라인으로 처리, 전자상거래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왜 전자상거래인가
대구 안경테 제조업체 현진광학 무역부 직원들은 3개월 전부터 일거리가 하나 더 늘었다.
바로 '옵틱스 이비즈'(www.opticsebiz.com)에 접속해 바이어 동향과 오더 주문을 실시간 체크하는 일. 벌써 5천~2만 달러짜리 오더를 몇 차례 수주했고, 실제 수출도 연결했다.
'옵틱스 이비즈'는 수천 가지에 이르는 제품 사양을 가격, 사이즈, 특징 등으로 표준화, 바이어들의 까다로운 입맛을 만족시켜주는 안경테 전문 e마켓이다.
현진광학 등 대구 40여개 안경테업체들은 산자부에서 18억원, 민간자본 9억원을 투자, (주)옵틱스글로벌이라는 별도 법인을 설립해 2003년부터 2005년까지 3년간 옵틱스 이비즈 개설을 진행하고 있으며 올 초부터 시범 운영에 돌입했다.
참가업체들은 전자상거래가 몰고 온 가장 가시적인 변화로 'e브로셔'를 꼽는다.
바이어들에게 초청장을 보내거나 회사를 홍보할 때 신개념 'e브로셔'를 채택하면서 종이 전단 비중이 몰라보게 줄었다는 것. 평면 형태의 전자카탈로그와 달리 오프라인과 마찬가지로 마우스 클릭을 통해 페이지를 넘기면서 보는 e브로셔는 종이를 대체하는 가장 강력한 마케팅 수단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옵틱스 이비즈에서 둘러본 e브로셔 샘플들은 종이로는 도저히 흉내 낼 수 없는 첨단 시스템을 자랑했다.
모든 상품의 3D 입체화는 기본이고, 360도 회전을 통해 제품 곳곳을 꼼꼼히 살펴볼 수 있으며 특정 위치에서 확대, 축소까지 자유자재다.
팩스, 우편배달에 의존하는 종이 브로셔는 제작 및 부대 비용만 수천만원에 달하는 반면 e브로셔 가격은 그 10분의 1에도 미치지 않는다
산자부는 국내 모든 제조업체들이 e브로셔로 전환할 경우 연간 5조원을 절약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진광학 김신일 무역부장은 "전자상거래 비중이 어느 정도 커지면 전담 직원을 새로 채용하거나 전문 팀제로 전환할 예정"이라며 "후발국가들과의 치열한 수출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가격 중심의 오프라인 시장에서 벗어나 품질 중심의 'e-마켓' 시장에 도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자상거래 실태
그러나 대구 중소기업들에게 전자상거래 전문 사이트를 구축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은 과제다.
단순히 제품 종류와 가격만 나열하는 온라인 쇼핑몰과 달리 가격, 사이즈, 사양, 명칭 등 모든 분야에 걸쳐 제품 표준화 작업을 거쳐야 하는 B2B전자상거래는 최소 수십억원 이상의 엄청난 비용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90% 이상을 수출에 의존하는 안경, 섬유업종은 가격변수만 50~60가지. 제품 재질, 수량은 물론 국제 원자재 동향에 따라 수시로 변하는 가격을 표준화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원단 색상, 터치감 등을 사람 눈으로 일일이 확인해야 하는 섬유업종이 전자상거래를 외면해 온 이유도 결국 이같은 표준화 작업이 걸림돌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상당수 제조업체가 홈페이지, 이메일 등 광의의 전자상거래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영세한 중소기업 특성상 따로 전자상거래 사이트를 구축한 업체들은 전체의 채 1%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에 따라 대구를 비롯한 국내 중소기업들은 산업자원부가 2000년부터 실시하고 있는 'B2B 네트워크 구축 지원사업'에 참가해 개별 기업보다는 전체 업종을 대상으로 한 개방형 전자상거래 사이트에 참여하고 있다.
산업자원부에 따르면 지금까지 참가 업종은 50~60개에 이르고 있으며 이 중 대구 안경테를 비롯해 공구 e마켓 툴앤툴스( http://www.toolntools.co.kr), 금형 허브엠닷컴("www.hub-m.com), 유틸리티 설비넷( "www.sulbinet.com), 시계 e마켓 EC글로벌("www.watchebiz.com) 등이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업종 특성상 전자상거래 도입이 가장 더딘 섬유업계도 점차 시대의 변화에 발맞추고 있다.
지역 23개 섬유업체들은 대구·경북견직물조합이 해외공동마케팅 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지난 2002년 개설한 메인텍스타일닷컴(maintextile.com)을 통해 e마켓 진출의 시동을 걸고 있다.
견직물조합 장원규 기획조사부장은 "해외법인이 중국 톈진 한 곳 뿐이라 아직은 바이어 업체가 200여개에 불과하지만 러시아, 인도 등 다른 4개 지역 법인이 향후 5년 안에 잇따라 들어설 예정이라 참여 업체 및 정보량은 앞으로 급속히 늘어날 전망"이라고 밝혔다.
◇풀어야 할 숙제
B2B 전자상거래에 뛰어든 기업들은 'e마켓' 시대를 열기 위해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로 보증, 결제 시스템을 꼽는다.
B2B 거래대금은 인터넷 쇼핑몰이나 온라인 뱅킹과 비교해 수백, 수천배 규모에 이르지만 대기업을 제외하면 해외 은행과 국내 금융권을 연결시킬 수 있는 온라인시스템이 전무하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중소기업들은 말 그대로의 전자상거래는 아직 실현하지 못하고 최종 결제만은 신용장 등을 통한 오프라인으로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난제를 풀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산업자원부가 정부 차원에서 M2M을 적극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M2M은 쉽게 말해 업종과 업종의 벽을 허물고 시장과 시장을 연결해 원스톱 전자상거래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다.
M2M이 일반화되면 물류, 수출, 결제에 이르는 모든 기업활동을 일원화할 수 있다.
옵틱스글로벌 이강룡 팀장은 "이미 정부 지원으로 신용보증기금을 중심으로 대구은행 등 시중 금융권이 컨소시엄을 구성한 B2B 전문 보증·결제시스템과 한국물류정보통신을 주축으로 한 사이버 물류 시장이 구체적 결실을 맺고 있으며 이를 업종별 e마켓과 연동시키는 프로그램이 속속 개발되고 있다"며 "조만간 전자상거래는 기존의 모든 상행위를 온라인으로 끌어들여 국내 기업 문화나 조직체계에 획기적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상준기자all4you@imaeil.com사진:
대구 안경테업체들이 e마켓 사이트를 구축하기 위해 설립한 (주)옵틱스글로벌이 관련 소프트웨어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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