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헌재 '수도이전 결정'…여야 촉각 곤두서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21일 위헌 판결 여부는 여야 모두에게 정치적으로 큰 의미를 갖는다. 열린우리당에게는 헌재의 판결이 정권 재창출 여부를 가늠하는 중대한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수도이전 반대를 당론으로 정한 한나라당에게는 정국 주도권의 탈환 여부가 달렸다는 점에서 그렇다. 결론적으로 위헌판결은 열린우리당에게, 합헌 내지는 기각·각하 판결은 한나라당에게 각각 엄청난 정치적 타격을 주게 된다.

이 때문에 헌재 판결을 앞둔 21일 오전 여야는 모두 헌재가 자신에게 유리한 판결을 내릴 것으로 기대하면서도 기대와 다른 판결이 났을 경우에 대비한 대책 마련에 부심했다.

열린우리당은 법률전문가들 대부분이 "위헌이 아니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는 점을 들어 기각 또는 각하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김한길 국회 건설교통위원장은 "알아본 바로는 법에는 어떤 법리적 하자도 없다"면서 "헌재가 제대로 판결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대전이 지역구인 이상민(李相珉) 의원도 "신행정수도 건설은 대통령의 고도의 정치적 판단에 속하는 정책 사항이므로 사법부의 심사대상이 아니다"며 '각하' 결정을 기대했다.

열린우리당의 자신감은 한나라당의 수도이전 반대운동에 대한 비판에서도 그대로 묻어났다. 한 고위 관계자는 "헌재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전폭적으로 수용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본인들의 입맛에 맞으면 옳고, 맞지 않으면 거부하는 것은 민주주의 소양부족"이라며 한나라당을 압박했다.

반면 한나라당은 기대와 다른 결정이 내려질 가능성에 대해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 기각결정에 비춰 이번 판결 역시 큰 기대를 하기 어렵지 않으냐는 관측이다.

이 때문에 한나라당은 헌재 판결 이후의 사태 수습에 더 진력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김덕룡(金德龍) 원내대표는 주요당직자회의에서 "헌재의 위헌 여부 판결은 특별법 내용과 법 제정과정의 절차상 문제를 판단하는 것이지 수도이전의 타당성이나 정당성 여부와는 관련이 없다"면서 "우리 당은 헌재 판결과 상관없이 수도이전에 반대하며 국민과 함께 저지하겠다"고 날을 세웠다.

이한구(李漢久) 정책위의장은 "수도이전에 대해 많은 지방사람들조차 반대하고 있다"면서 "헌재의 탄핵 심판이 잘못됐다는 여론이 팽배하다. 헌재가 오늘,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오는 28일 개최되는 '수도이전반대 100만인 궐기대회'를 준비 중인 수도이전반대범국민운동추진본부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의원들은 "궐기대회도 헌재 결정과 상관없이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헌재의 판결은 법률적 판단'이라는 입장은 헌재 판결의 의미를 최대한 축소해 판결 이후의 불리한 여론흐름을 어떻게든 막아보자는 의도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정경훈기자 jgh0316@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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