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의료이야기-(13) 의료서비스의 질과 비용

"미용실에서 머리를 깎는데 1만원 안팎인데, 동네의원에서 진찰을 하고 환자에게 받는 돈은 3천원(환자 부담금)입니다. 심지어 애완동물의 치료비가 사람 치료비보다 더 비싼 경우도 많죠."(내과 개원의 이모씨)

"미국에선 의사가 환자 한 명을 진료하는데 20~30분이 걸린다고 하는데, 우리나라는 3~5분이면 끝이죠. 이런 환경에서 어떻게 제대로 된 진료를 받을 수 있겠습니까."(직장인 김모씨)

우리나라 의료제도에 대해선 소비자와 공급자 모두가 불만이다. 현 제도는 어느 한쪽도 만족시켜주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가 뭘까.

모든 정책이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의료정책을 결정하는 데는 선택이 따른다. 즉 '의료의 질'과 '비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값싼 비용에 좋은 서비스는 기대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소비자·공급자 양측 모두 만족할 만한 쪽으로 의료개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보험료 또는 세금 등을 통한 의료재원 조달이 불가피하다. 여기에는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지난 1977년 의료보험제도를 출범시키면서 수가(의료서비스의 가격) 자체가 낮게 책정됐다. 정부와 정치권은 정치적 선전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국민들의 부담을 최소화해야 했던 것이다.

출범 당시엔 의료보험 대상이 전 인구의 8.8%에 불과했기 때문에 저수가에 대한 의료기관의 저항도 크지 않았다. 그러나 1989년 전 국민 의료보험 시대가 시작되면서 '저수가'가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건강보험료는 월 급여의 3.94% 수준이다. 독일, 프랑스 등은 10%를 웃돌고, 싱가포르의 보험료율도 7%에 이른다. 건강보험료율만 놓고 본다면 다른 국가에 비해 상당히 낮은 셈이다.

의료시스템은 크게 의료의 질, 의료비용, 의료보험 혜택의 범위로 구성된다. 그 어떤 제도도 이들 요소를 모두 만족시킬 순 없다. 미국은 의료의 질을 높이기 위해 보장성과 의료비용을 희생시켜야 했고, 영국은 보장성과 비용을 위해 의료의 접근성과 대기시간과 같은 질의 저하를 감수해야 했었다.

그러나 시장자유주의적 성격의 미국 의료제도는 보장성(현재 4천만여명이 의료보험 혜택을 못받고 있음)을 강화하기 위해 의료개혁을 추진 중이며, 사회주의식 의료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영국은 의료의 질적 향상을 위해 미국식 제도의 일부를 도입하고 있는 상태이다.

요즘 국내에선 의료제도의 개혁을 위한 논쟁(민간보험 도입, 의료기관의 영리법인화, 수가 현실화 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국민들은 이로 인해 의료비 부담이 증가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어쨌든 국민건강보험이 본래의 위험 분산 기능을 하면서 선진국 수준의 의료혜택을 제공하려면 정부 지원의 확대와 함께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 할 것 같다. 이 같은 현실을 전 국민이 인정할 수 있을 때 의료개혁은 가능할 수 있을 것이다.

kim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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