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가을에 찾은 고궁

훌쩍 떠나고 싶은 주말, 고궁은 가을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좋은 곳이다.

고색이 짙은 단청과 웅장하면서도 조형미가 넘치는 기와건축물…. 바쁜 일상때문에 멀리있는 고궁을 찾기 힘들었지만 온 가족이 함께 한번쯤 해볼 만한 고궁순례는 아이들에게 무척 도움이 되는 답사지임에 틀림없다.

◆창덕궁

우리나라 고궁 중 종묘와 더불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문화재다.

창덕궁은 태종 5년(1405년) 경복궁의 이궁(離宮·임금이 잠시 옮겨가 생활하는 궁궐)으로 지어진 궁궐로 임진왜란 때 모두 불타 없어졌다 광해군 2년에 중건했다.

인조 반정으로 다시 전소된 후 인조 25년(1623년)에 중건을 시작한 후 경복궁이 재건될 때까지 270여년간을 조선왕조의 정궁(正宮) 역할을 해왔다.

조선의 궁궐 중 가장 오랫동안 임금들이 거처한 궁궐인 셈이다.

창덕궁은 경복궁과 달리 산자락을 따라 건물들을 골짜기에 안기도록 배치해 독특한 비정형미를 보이고 있다.

궁내에는 정전(正殿)인 인정전을 비롯 임금이 평소 국사를 논하던 선정전, 어전회의실인 회정당, 왕비의 침전인 대조전 등의 건물들이 오밀조밀 모여있다.

특히 선정전은 현재 궁궐에 남아있는 유일한 청기와 건물로 지금의 청와대의 모태가 되었다.

그 뒤편으로는 비원으로 알려진 후원이 자리하고 있다.

매주 월요일 휴관. 02)762-0648

▷찾아가는 길:안국역(지하철 3호선) 도보로 5분, 종로3가역(지하철 1·3·5호선) 도보로 10분.

◆경복궁

조선조 정궁이지만 조선의 역사만큼이나 숱한 우여곡절을 겪어 임진왜란 때 전소된 이후 제 구실을 하지 못했다.

고종 5년(1895년) 흥선대원군에 의해 복원됐으나 고종 32년(1895년) 명성황후 시해 이후 고종이 경운궁(현재 덕수궁)으로 옮기면서 정궁의 기능을 상실했다.

조선왕조 부흥기 때는 800채에 이르는 건물이 경복궁 내에 있었지만 일제에 의해 대부분 소실돼 지금은 10% 정도만 남아있다.

다행히 1996년 구 조선총독부 건물이 철거되고 그 자리에 흥례문이 복원되는 등 경복궁 복원사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다.

궁내에는 조선 최고의 궁궐전각인 근정전을 비롯 연회장으로 사용되던 경회루, 왕비의 침전인 교태전 등이 자리하고 있다.

특히 경회루는 내년 공개를 앞두고 바닥 청소가 한창이다.

경복궁의 새로운 자랑거리는 화려한 네온사인으로 치장된 흥례문 야경. 해가 지면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교태전 뒤뜰인 아미산과 그 근방의 300년 이상 된 은행나무도 늦가을 풍경을 자아내는데 손색 없다.

매주 화요일 휴무. 02)732-1931.

▷찾아가는 길:지하철 3호선(경복궁역 5번 출구), 5호선(광화문역 2번 출구).

◆덕수궁

정식 명칭은 경운궁. 원래 세조의 큰 아들 월산대군의 집이었으나 임진왜란 이후 한양의 모든 궁궐이 전소돼 선조가 마땅히 거처할 곳이 없자 임시 거처로 쓰면서 궁궐의 모양새를 갖췄다.

그 후 광해군이 이곳에 머물다 창덕궁을 재건해 옮기면서 경운궁이라 불렀다.

그 후 계속 비어있다 고종 황제가 환궁하면서 다시 새로운 조선의 궁궐로 사용됐다.

고종은 이곳에서 대한제국을 선포하고 황제로 즉위했다.

궁내에는 옛 기와건물들과 함께 국내 최초의 서양식 건물인 석조전이 있다.

르네상스식으로 지어진 덕수궁 미술관 앞 분수대는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휴식터. 서울시청 별관 맞은편 1㎞가량의 돌담길은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다.

매주 월요일 휴관. 02)753-5505.

▷찾아가는 길:시청역(1호선 3번 출구, 2호선 12번 출구).

◆창경궁

태종을 모시기 위해 세종이 지었던 수강궁 터에 세워진 창경궁은 임진왜란 후 그 쓰임새가 커진 이궁. 순조 30년(1830년)의 큰 불로 4년 후 복구되었는데 현재 남아있는 건물들은 대부분 이때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숙종 때 장희빈이 처형됐고, 영조 때 사도세자의 죽음 등이 모두 이곳에서 일어났다.

순종 3년(1909년) 일제가 동물원과 식물원을 만든다는 미명 하에 전각을 헐고 창경원으로 격하시키면서 그 원형이 크게 훼손됐으나 1983년 창경궁으로 이름을 되찾았다.

창경궁은 울창한 수림이 특징. 창경궁의 후원인 춘당지를 따라 다양한 수목들이 자라고 있다.

갖가지 식물들을 전시해놓은 식물원도 있다.

매주 화요일 휴관. 02)762-4868.

▷찾아가는 길:지하철 4호선 혜화역 하차 4번 출구에서 도보로 10분.

전창훈기자 apolonj@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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