윗말 김씨 아재 논에 내렸던 금빛 가을은
하마 저 쪽 산으로 기어오르고
작년에 입대한 막내놈 머리 같구먼…
추수 끝나 파르르한 논을 바라보며
아재는 시원섭섭한 마음을 애써 달래던 것이다.
비료값에 농협 빚 갚으면 남는 것이 있긋어,
썩을 놈의 짓거리가 농투성이여
걸쭉한 입담만치 뿌연 막걸리 한 잔으로
아재 맘을 토닥이던 뱀골 할매는 심상스런 세월만
쪼글쪼글 잡힌 입에다 오물오물 땅콩을 까 넣으셨다.
세상살이 힘들다고 제비 새끼 같은 자식 놈들
버리는 애비 없듯이
남는 건 땀에 절어 늘어진 난닝구 뿐이라도
농군이 어째 땅을 버리긋어
아재는 낙엽 같은 말들을 발치에 깔고 산같이 서 계시는데,
아재 눈가 주름마다 새파란 하늘빛이 스미고
아재 희끗한 머리는 선듯한 바람에 흔들렸지만
아재 머리 위에는 그래도 따신 햇살 한 바가지
부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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