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영천 찐쌀 '왕대박'

영천시 고경면에서 생산되는 찐쌀이 왕대박을 쳤다.

고경면 청정리 이장 김헌호(42)씨와 장한석(49)·김경수(37)씨 등 이 마을 농민 3명이 생산한 찰벼 찐쌀이 매일신문 보도를 통해 전국에 알려지면서(10월15일자) 택배를 맡은 시골 우체국의 일반 업무가 마비될 정도로 주문이 폭주하고 있다.

또 찐쌀 생산 '공장'이 차려진 장씨 집 마당은 택배를 기다리다 지친 고객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정말 상상을 초월합니다.

하루 주문이 1천건을 넘는데, 열기가 숙지질 않습니다.

찐쌀 주문대느라 제대로 먹지도 자지도 못할 지경입니다.

오전 6시에 대전서 찾아왔다며 찐쌀 달라고 할 정도니…."

27일 오후 이장 김씨와 장씨는 지난 3일간 밥은 두끼, 잠은 네시간 정도밖에 못자고 내내 찐쌀만 만들었다고 했다.

신문보도가 나가던 당일 전화로 받은 주문은 대략 800건에 달했고 3일 만에 3천건을 넘었다.

김 이장은 어쩔 수 없이 인근 고경우체국에 의뢰해 택배를 시작했다.

고경우체국의 일손이 달려 며칠 전부터는 경주우체국까지로 취급처를 늘렸다.

그러나 주문은 철저하게 1사람 당 3봉지로 제한했다.

하루 평균 생산량이 1천 봉지 정도여서 모든 고객에게 맛이라도 보여야 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품귀현상은 한적하기 이를 데 없는 시골 마을을 고급승용차 전시장으로 만들었다.

이날 장씨집 마당에서 만난 이흥주(64·대구시 내당동)씨는 "찐쌀 좀 사달라는 아내의 성화에 물어물어 직접 왔다"며 20여분을 기다리다 3봉지를 사갔다.

또 고향의 맛을 느끼고 싶다는 절절한 사연과 함께 찐쌀 좀 보내달라는 편지는 하루에도 10여통씩 답지한다.

이렇게해서 지금까지의 총판매량은 줄잡아 3만 봉지가량.

이장 김씨는 "어렵지만 생각의 각도를 조금만 바꾼다면 농민들도 살 길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는 점에 의미를 가진다"며 쌀수매 폐지에 따른 섭섭함을 찐쌀에서 얻은 희망으로 달랜다고 했다.

영천·박정출기자 jcpark@imaeil.com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