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문화클릭-스크린, 브라운관 점령한 가족주의

'가족'이 새로운 문화 코드로 떠오르고 있다.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중심으로 '가족(애)'를 소재로 한 작품들이 잇달아 선보이고 있는 것. 그동안 국내 영화계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던 가족 소재의 영화가 속속 개봉돼 좋은 반응을 얻고 갖가지 불륜으로 뒤범벅됐던 TV드라마에서도 '가족'이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는 중이다.

이처럼 가족주의가 트렌드로 떠오르는 데에는 사회 전반에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생존을 위한 마지막 거처로서 가족이라는 보호막에 기대려는 사회심리적 배경이 깔려있다는 분석이다.

◇가족 소재 영화 흥행 돌풍=최근 스크린에는 가족을 화두로 내세운 영화들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부자(돈텔파파), 부녀(가족), 형제애(우리형), 모자(말아톤), 모녀(먼길) 등 들고 나온 가족 관계도 다양하다.

전국 관객 200만명을 돌파하며 흥행 돌풍을 이어가고 있는 '우리형'은 진한 형제애에 승부수를 건 경우다.

언청이라는 장애를 가졌지만 공부 잘하고 착한 형과 훤칠한 외모에 걸핏하면 말썽을 피우는 동생의 갈등과 화해, 이별이 기둥 줄거리.

올 하반기 200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영화 '가족'은 아버지의 희생이라는 극단적인 설정으로 부성애를 강조한 영화다.

범죄자인 딸(수애)과 전직 형사인 아버지(주현)의 갈등과 화해를 그린 이 영화는 딱히 두드러지는 스타도 없고 노골적인 신파조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하는데 성공했다.

어린 딸의 실수로 한 눈을 잃고 평생 방황하던 아버지가 조폭의 손아귀에서 딸을 구해내기 위해 청부살해를 하고 숨을 거둔다는 내용.

차만 타면 멀미를 해 차를 못 타지만 도시에서 열리는 딸의 결혼식을 보기 위해 어머니(고두심)가 며칠을 걸어서 결혼식장으로 향하는 여정을 그린 '먼길'이 개봉을 앞두고 있고, 자폐아 아들(조승우)에게 어머니(김미숙)가 마라톤을 시키는 과정을 통해 모자간의 진한 사랑을 그리는 '말아톤'도 제작 중이다.

◇가족 드라마 인기 상승=안방극장에도 가족이 돌아왔다.

불륜, 입양, 형제간의 삼각관계 등 일그러진 가족 관계를 내세워 시청률 경쟁을 벌이던 각 방송사들은 주말드라마를 중심으로 가족을 전면에 배치했다.

현재 최근 방송을 시작한 MBC '한강수타령'과 KBS2 '부모님전상서'가 20%대의 높은 반응을 얻고 있고 KBS1 '대추나무 사랑걸렸네'도 꾸준히 중·장년 시청자들의 시선을 붙잡고 있다.

생선장수 어머니와 딸들의 사랑과 삶을 다루고 있는 '한강수 타령'은 큰딸 가영(김혜수)과 신률(최민수), 준호(김석훈)의 삼각관계가 중심. 여기에 엄마(고두심)의 애틋한 자식 사랑과 다른 가족들의 이야기가 얽히고설킨 가족사를 보여준다.

김수현 작가의 '부모님전상서'는 자폐아 아들을 둔 주인공 안성실(김희애)의 삶을 중심으로 가족의 소중함과 결혼의 의미를 되새기는 드라마. 김희애의 호연과 김수현 작가 특유의 평범하지만 정확하게 심리 묘사를 하는 대사로 "가족간의 잔잔한 사랑이 느껴진다"는 평을 얻고 있다.

◇돌아갈 곳은 가족밖에 없다=2000년들어 가족과 가족애를 강조하는 작품이 다시 등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결국 돌아갈 곳은 가족밖에 없다"는 분위기가 사회 전반에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 꼽힌다.

높은 이혼율 등 가족 해체에 대한 반성과 가족애에 대한 갈망이 가족을 주제로 삼은 작품을 양산한다는 것. 또 대중문화의 주소비층으로 10, 20대가 시청률과 영화 흥행을 좌우했으나, 최근 30~50대가 대중문화의 강력한 소비층으로 떠오르고 있는 점도 이유로 꼽힌다.

정희원 대경대 연극영화광고학부 교수는 "사람 사이의 관계가 점차 폐쇄적으로 변해감에 따라 가족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며 "소재가 진부하다거나 상업적으로 이용한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가족관계는 다양한 차원의 해석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가족' 소재는 앞으로도 각광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imaeil.com사진: MBC 드라마 '한강수타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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