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달구벌 일화-(15)고속철 도심 통과방식

'대구철도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내년이면 경부선이 개통(1905년1월1일)된 지 꼭 100년이 된다.

대구는 경부선이 지나가면서 많은 변화를 겪었고 도심도 급속도로 변화됐다.

당시 대구에는 경부 본선과 대구역에서 갈라지는 동해 중부선이 있었다.

개통 이후 대구역 북쪽은 허허 벌판이나 다름없었고, 남쪽 역시 남산동 일대가 많은 발전 모습을 보이면서 대봉동까지 도심이 뻗어나가는 상황이었으나 신천을 건너 신암동이나 신천동 일대는 농지였다.

이런 대구의 모습은 경부 고속철도(KTX) 개통을 앞두고 또다시 달라질 것 같다.

현재 대구철도는 지상으로 도심을 통과하는 복선뿐이지만, 향후 정부정책에 따라 철도형태는 물론, 대구 시가지의 지도까지 크게 바뀔 수 있는 상황이다.

10년 넘도록 논란을 빚어온 고속철의 대구 도심통과 방식을 '지상화, 지하화'로 할 것이냐를 놓고 지루한 줄다리기가 계속돼왔다.

지상화로 결정나면 복복선의 철도가 선을 보이고, 지하화로 굳어지면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29km짜리 지하 고속철도를 가지게 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고속철도의 탄생은 과거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경부 철도를 놔두고 굳이 경부 고속도로 건설을 할 필요 있느냐는 반대 속 고속도 건설을 강행했던 박 전 대통령이 고속철도 건설을 추진한 사실은 흥미롭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1970년 7월 경부 고속도로의 개통 뒤 1973년, 1974년 프랑스와 일본의 철도조사단이 제2철도의 건설 필요성을 제기한 뒤, 사망 직전인 79년2월 교통부 연두 순시 때 서울~대전 간 고속철도 건설방안 검토를 처음으로 언급했다.

고속철 건설문제는 87년12월 노태우 전 대통령이 선거공약으로 내걸면서 본격 추진됐고, 92년 충남 아산군 배방면 장재리에서 시험선 착공식이 열렸고 올해 4월 고속철도는 개통됐다.

하지만 대전과 대구를 통과하는 도심 통과방식이 '지상화와 지하화'를 두고 몇 차례 걸쳐 변경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불완전한 개통이 돼 버렸다.

대구의 도심통과방식 경우 지난 91년 경부 고속전철 기술조사에서 지하화로 기본계획이 확정됐으나 93년 경비절감을 이유로 지상화로 돌아섰다가 95년 지하화로 수정됐다.

그러다 98년 경제난으로 지상화로 검토되다 지하화를 유지토록 했고 지난해 지하화로 확정됐다가 올해에 다시 뒤바뀌어 지상화로 결정될 것 같다.

대구 도심통과방식 결정과 관련, 한 전직 고위관료는 "정부가 처음 노선을 정할 때 도심통과 방식에 대해 면밀한 검토 없이 빨리 달리는 점만 감안해 지도상 직선으로 긋는 바람에 이뤄졌다"면서 "그리고 수차례 변경하는 등 우왕좌왕해 결국 시간과 경비만 낭비하는 꼴이 됐다"고 회고했다.

대구시의 또 다른 간부는 "도심통과 방식이 오락가락하면서 대구 일부 인사들도 당초 입장을 번복하는 해프닝으로 구설수에 오르내리기도 하는 난처함을 당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한편 영남대 이종달 교수와 지형규 대학원생 팀은 경부선이 개통된 뒤 지난 1917년 조선총독부가 제작한 뒤 1937년에 다시 수정한 대구지도를 바탕으로 도심 일대를 3차원으로 구성, 재현하는 작업을 추진중이어서 대구철도변 도심의 옛 모습을 다시 한번 볼 수 있을지 관심을 끌고 있다.

이 지도에는 조흥은행 대구지점을 나타내는 '대구은행'(서성로쪽)과 대구영화장 및 헌병대 본부, 형무소, 형무소공장, 경북중학교 등 주요 기관들이 표시돼 있다.

정인열기자 oxen@imaeil.com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