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생명을 위협하는 만성폐쇄성 폐질환 'COPD'

사망률 50%… 흡연이 주원인

지난 11일 열린 대한결핵 및 호흡기학회 총회에서는 'COPD(만성폐쇄성폐질환)의 최신 지식과 견해'를 중요 주제로 다뤘다.

그동안 환자들은 물론 의학계조차 COPD에 대한 관심이 적었으나 2년전 'COPD'의 날이 제정되면서 학회는 환자 교육과 금연운동, 흡입치료제(스테로이드) 활용 등에 적극 나서고 있다.

폐암보다 무섭다고 알려진 COPD의 유병률이 높아지면서 우리 사회를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COPD란 이런 병

COPD는 만성기관지염과 폐기종을 통틀어 말한다.

만성기관지염은 1년에 3개월 이상 기침, 가래 증상이 있으며 이런 증상이 2년 이상 연속되는 것이다.

폐기종은 폐포벽이 파괴돼 허파꽈리가 커져 혈관에 산소공급을 못하게 되는 경우이다.

일반적으로 COPD는 흡연 등에 의해 기관지가 좁아져 호흡이 곤란해지는 호흡기병이다.

흡연을 시작한 지 20~30년 동안 자각증상이 없다가 폐기능이 50% 이상 손상된 후에야 정체를 드러낸다.

COPD의 유병률은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사망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이다.

아시아-태평양지역의 30세 이상 인구 중 6% 정도가 이 병을 갖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우리나라 남성의 63%가 흡연자이다.

높은 흡연율에 상응해서 COPD의 발병률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폐 기능은 한번 손상되면 되돌릴 수 없다.

특히 폐쇄로 인한 저산소증이 심해져 평소에도 호흡 곤란과 피로를 잘 느끼게 된다.

또 산소가 잘 운반되지 못해 손, 발가락의 끝부분이 부풀어 오르기도 한다.

심한 경우 입술이나 손톱색이 푸르게 변하는 청색증이 나타나고, 혈액에 이산화탄소가 많이 함유돼 의식까지 혼탁해질 수 있다.

이밖에도 2차성 폐동맥고혈압증 같은 심각한 합병증을 동반, 밤에 누워서 잠을 잘 수 없을 정도로 심한 호흡곤란을 겪을 수도 있다.

COPD는 급성 호흡부전, 폐렴, 기흉(흉강에 공기가 차는 질병), 심장 부정맥, 폐색전증(폐혈관이 막힘) 등을 초래, 생명을 앗아갈 수 있다.

■천식과는 다르다

COPD 환자가 천식으로 오인되는 경우가 많다.

적절한 치료를 위해선 COPD와 천식을 구별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COPD는 50대 이상 중년기에 발병하며 증상이 천천히 진행된다.

반면 천식은 주로 어린시절에 나타나며 증상이 날마다 다양하다.

또 COPD는 장기간 흡연력(20~30년 흡연)이 있는 사람에게서 주로 발생하며 운동 중 호흡곤란을 일으킨다.

이에 비해 천식은 가족 중에 환자가 있는 경우에 많이 나타나며 알레르기, 비염, 습진 등이 동반된다.

■COPD 왜 생기나

흡연만이 COPD 발병의 결정적 원인으로 인식됐으나 최근 들어선 실내외 환경오염도 주요 원인으로 제기되고 있다.

실내외 공기오염, 간접흡연, 각종 유해가스, 작업장 분진 등도 COPD 발생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미국 국민건강영양조사(NHANES) 3차 보고서에선 미국 COPD 발생 원인 중 19.2%는 직업과 관련이 있으며, 특히 비 흡연자일 경우에는 31.2%가 직업이나 환경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전 세계적으로 여성 환자가 증가하고 있는데 이는 여성이 주로 노출되는 난방이나 취사과정에서의 실내공기 오염이 원인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예방과 치료

흡연자가 COPD를 예방하거나 증상이 악화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하루라도 빨리 담배를 끊어야 한다.

원래 폐 기능은 25세 이후 여성은 23㎖, 남성은 30㎖씩 매년 감소한다.

그러나 흡연자는 평균 45㎖, 담배에 민감한 사람은 연간 50~90㎖씩 감소한다.

COPD 환자는 독감이나 폐렴 등의 호흡기 감염이 매우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증상이 급격히 악화될 뿐 아니라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증 같은 관상동맥질환을 악화시켜 사망률을 50%까지 높인다

따라서 독감예방백신을 접종하고, 폐렴구균에 대한 예방 주사도 5년에 한번씩은 맞아야 한다.

손상된 폐 기능은 회복은 어렵지만 치료와 함께 폐 기능을 강화시켜주는 생활 요법을 병행하면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다.

장기적인 산소요법과 재활 요법으로 COPD 환자의 생존율을 높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일상생활 중 호흡기를 자극하거나 폐 기능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위험인자를 피하는 방법이다.

겨울철에 실내 난방기를 사용할 때에는 연소물질이 실내에 잔류하지 않도록 자주 환기해야 한다.

매일 5~15분씩, 3, 4차례 규칙적으로 걷거나 입술을 오므리고 숨쉬기를 통해 산소 이용 능력과 운동 능력을 높이는 것도 이롭다.

■미국폐학회가 제시한 COPD 환자를 위한 가이드라인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 △적어도 1년에 2차례 병원을 방문하고, 의사의 지시대로 약물을 복용한다 △숨쉬기 곤란할 때는 곧바로 의사를 찾는다 △실내환경을 청결히 하고, 호흡을 곤란하게 하는 유해물질을 피한다 △청소기는 일회용 주머니가 달려 청소 후 바로 먼지를 버릴 수 있는 제품을 사용한다 △빗자루나 먼지떨이 사용은 피한다 △다리의 혈액순환을 나쁘게 하는 탄력고무줄이 들어간 양말은 피한다 △규칙적인 운동과 영양섭취로 건강한 몸을 유지한다 △벨트, 브래지어, 거들 등 가슴이나 복식호흡을 억압하는 것은 피한다 △컨디션이 나쁘거나 공기오염이 심한 날은 외부활동을 삼간다.

김교영기자 kimky@imaeil.com

도움말:이관호 영남대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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