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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한 친구보다 시조 한 수가 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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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창 가르치는 정윤채옹…아흔셋 믿기지 않는 젊음 과시

"이 나이까지 건강한 것도 다 시조창 덕택인 것 같아요. 자연스런 단전호흡도 되고 시조에 담긴 선인들의 지혜가 마음의 평안을 줍니다. 이게 다 '웰빙' 아니겠습니까?"

대구시 남구 대명9동 안일경로당(053-623-0453)에서 만난 올해 아흔셋의 정윤채(중구 동인동) 할아버지. '망백'(望百·91세)를 넘긴 지도 두 해가 지났지만 정옹은 여전히 젊은이 못잖은 건강을 자랑한다.

사단법인 대한시우회대구달서구지회 회장인 정옹이 시조창과 처음 인연을 맺은 것은 약 30년 전 한 경로당.

"한시 한 구절, 여덟 마디를 부르는데 20초쯤 걸려요. 이걸 한 숨에 불러야 하는데 숨도 차지만 '어~ 어~'하며 소리를 꺾는 것도 여간 어렵지 않았어요."

그가 회원들과 함께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시조창을 배우고 가르치는 이곳 경로당에는 장구 한 개와 낡은 앉은뱅이 마이크, 신문지 크기만한 시조 악보가 전부다. 40여권의 악보집에는 수 십 여편의 평시조와 이를 음의 높낮이로 표현한 음계가 수록돼 있다.

정옹이 애창한다는 '삶은 바닷속에 좁쌀 한 알과 같고 뜬구름과 같다(渺滄海之一粟 若夢浮生)'는 한시는 그의 인생역정과도 꼭 닮았다. 해방 전 고향인 경북 풍기에서 일본 시모노세키로 건너가 식료품 장사를 하면서 어릴적 익힌 한학과 한글 솜씨로 틈틈이 동포들의 훈장노릇을 했다. 그러나 고향에 돌아와 일본인을 대상으로 벌인 기름 배달업은 해방으로, 용달사업은 6·25전쟁으로, 대구에서 연 주유소 사업은 5·16 쿠데타로 손해만 본 채 접어야 했다. 그 후 여러 직업을 전전하다보니 어느새 머리엔 흰 서리가 내렸다. 그런 그에게 시조창은 황혼에 만난 친구 같은 존재다.

"시조창을 하면 숨이 길어져서 폐활량도 좋아져요. 오죽하면 시시한 친구 셋보다 시조 한 수가 낫다고 했을까요." 정옹은 요즘 젊은 사람들이 시조를 옛것쯤으로 외면하는 세태가 안타깝다며 누구든 무료로 배우러 올 것을 부탁했다. 회원 권기도(74)씨는 "선생님께 시조창을 배우는 것도 즐겁지만 이 나이에 비슷한 취미를 가진 친구를 만날 수 있으니 더욱 좋다"고 했다.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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