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달에 1주일은 굶어…냉장고 텅 비어

지난 18일 장롱 속에서 숨진 채 발견된 김군의 죽음은 우리의 사회복지 현실을 여실히 드러냈다. 김씨 가족의 경우 겉으로는 부모가 젊고 노동력이 있기 때문에 국민기초생활수급대상자가 아니지만 속사정을 드러다 보면 영세민이나 다름없기 때문.

노동일을 하는 아버지 김씨의 경우 두달 전부터 일거리가 떨어져 수입이 거의 없었고 경찰 조사나 주민들에 따르면 어머니 김씨마저 정상적이지 못했다. 또 아이들도 3명이나 되는데다 김군의 경우 발육저하증으로 보이는 증상을 보인 등 정상적이지 못한 만큼 기초생활수급대상자로 지정돼 국가의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는게 관계자들의 말이다. 노동일을 했던 아버지 김씨의 경우 두달 전까진 매달 150만원 정도의 고정수입이 있었고 이중 100만원 정도는 생활비로 사용했지만 최근엔 경기 침체로 공사장 일거리가 크게 줄어 거의 실직 상태나 다름없었다는 것.

또 게다가 지난해 9월 이곳으로 이사온 뒤 보증금 100만원, 매월 25만원에 세를 살았으나 이후 돈이 없어 월세를 내지 못했고, 심지어 전기세와 수도세도 집주인이 한번씩 내준 것으로 경찰 조사 드러났다.

김군이 숨지기 일주일 전엔 어머니 김씨가 김군의 장애인등록을 위해 동사무소를 방문했던 것으로 드러나 안타까움을 더했다. 어머니 김씨가 후천성 성장발육저하로 김군의 장애인등록 신청을 하러갔지만 공무원으로부터 병원 진단서 등 관련 서류를 구비해 오라는 설명만 듣고 그냥 돌아왔다는 것.

또 어머니 김씨는 지난 2002년 6월엔 인근 성당을 찾아 도와달라고 요청함에 따라 성당측으로부터 월 3만원씩 지원받는 등 도움을 받아왔던 것으로 나타났지만 행정기관의 사회복지 혜택은 받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사정이 이런데도 김씨의 가족의 경우 최근 전국적으로 조사된 차상위계층에도 포함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나 조금만 일찍 관심을 기울였다면 이같은 참변을 막을 수 있었다는 아쉬움을 남겼다.

결국 김군의 주검은 어머니 김씨가 지난 17일 막내딸을 안고 성당을 찾아 수녀에게 기도방법 등을 묻고 기저귀값 1천500원을 빌려달라고 한 뒤에야 발견되는 등 안타까운 사연이 세상에 드러나게 됐다.

동구청 관계자는 "부모의 건강상태 및 수입, 연령 등 생활여건이 기초생활수급대상자에 해당하지 않는데다 수입 감소 등으로 인한 생활고에도 불구, 직접적인 신청이 없었고, 주변 주민들과의 접촉도 거의 없어 어려운 사정이 전달되지 않아 생활실태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막내딸 김양의 건강이 회복될 때까지 간병보호를 하는 한편 의료보호증 발급, 위기가정 지정 등으로 인한 지원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이호준기자 hoper@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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