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빠가 읽어주는 전래동화-독장수 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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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옛적 갓날 갓적, 한 사람이 참 가난하게 살았어. 다 쓰러져 가는 오막살이에서 사시사철 홑옷을 입고 겨우 입에 풀칠이나 하면서 근근이 살았단 말이지. 그런데 이 사람이 은근히 마음속에 품은 욕심은 참 푸짐했던 모양이야. 저도 한번 부자로 살아 보는 게 소원인데, 그것도 고만고만한 보통 부자는 싫고 아주 천석꾼 만석꾼 큰 부자가 되고 싶었다나. 그래서 허구한 날 자나깨나,

"나도 언제 한번 크나큰 부자로 살아 보나."

하고, 아주 이 말이 입에 붙었더래. 부자가 되고 싶으면 일을 부지런히 해야 할 텐데, 일은 안 하고 날만 새면 그저 큰 부자 될 생각만 하고 살았단 말이야.

그러다가 이 사람이 한번은 외상으로 독을 사다가 독 장사를 시작했어. 지게에다 독을 싣고 다니면서 파는 일이지. 아직 독 한 개도 못 팔고 지게에다 독을 잔뜩 실어서 짊어지고 가는데, 가다가 다리가 아파서 길가에 독짐을 받쳐 놓고 잠깐 쉬었어. 그런데, 그 쉬는 새에 또 큰 부자 될 생각을 했네.

'이 독을 모두 팔면 스무 냥은 거뜬히 받으렸다. 살 때 열 냥 주고 샀으니 열 냥은 거저 남겠는걸.'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거든.

'그 열 냥으로 또 독을 사서 팔면 열 냥이 남고, 그 열 냥으로 또 독을 사서 팔면 열 냥이 남고….'

눈을 감고 생각을 하니 눈앞에 돈이 마구 술술 들어오는 거야.

'열 냥이 백 냥 되고, 백 냥이 천 냥 되고, 천 냥이 만 냥 되고….'

이쯤 되니 당장 큰 부자가 돼버린 것 같단 말이지.

'어험, 그러면 제일 먼저 고래등같은 기와집을 지어야지. 아주 큼지막하게 아흔아홉 칸으로 지을까 보다. 그러고 나서는 종들을 여럿 둬야지. 밥하는 종, 빨래하는 종, 마당 쓰는 종, 나무하는 종을 다 따로 둬야겠네.'

생각하면 할수록 어깨가 으쓱해지고 목이 뻣뻣해지네.

'그런데 그 많은 돈은 다 어찌한다? 옳지, 커다란 궤짝을 짜서 그 안에 집어넣어야겠군. 그리고 튼튼한 자물쇠를 덜커덕 채워 둬야지. 그런데, 만약에 도둑이 훔치러 오면?'

여기까지 생각하니 정말 도둑이 제 돈을 훔치러 오는 것 같거든.

'그러면 내가 가만히 둘 줄 알고? 작대기를 가지고 흠씬 두들겨 줄 테다.'

그만 독짐을 받쳐 놓은 지게작대기를 빼내 가지고 공중에 대고 마구 휘둘렀겠다.

"예끼 이놈, 감히 내 돈을 훔치려고 해? 어디 맛 좀 봐라!"

이러면서 작대기를 휘두르니 어떻게 되겠어? 지게작대기를 빼내는 바람에 독짐이 와그르르 무너지면서 애꿎은 독이 다 깨졌지 뭐. 용케 안 깨진 독은 주인이 휘두르는 작대기 바람에 맞아서 다 부서졌고.

정신을 딱 차리고 보니 글쎄 지게는 쓰러졌지, 독은 다 떨어져 깨졌지, 세상에 이런 난장판이 없네그려. 큰 부자는커녕 당장 외상으로 산 독값 물어 줄 일이 태산이지.

그 때부터 공연한 생각으로 헛물만 켜는 일을 두고 '독장수 구구'라 했다는 이야기야.

서정오(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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