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23일 이해찬(李海瓚) 총리, 열린우리당 이부영(李富榮) 의장 등과 만찬을 함께했다.
해외 순방외교 성과를 설명하는 자리였지만 '당·정·청' 송년회 성격도 강했다.
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내년의 국정 기조를 피력했다.
개혁은 늦추고 경제를 챙기겠다는 것이 골자로, 순방외교 시작 전과 달라진 모습이란 관측이다
◇조급하게 굴지 말자=노 대통령은 이날 "세상사가 자기 마음대로만 되는 것은 아니다"면서 "너무 무리하거나 조급하게 굴지 말고 차근차근 풀어나가자"고 말했다.
천정배(千正培) 원내대표로부터 4대 법안 처리 경과 등에 대한 설명을 들은 뒤 노 대통령은 "외국에 나가보니 아등바등할 게 아니더라"며 이같이 말했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노 대통령은 또 국가보안법에 대해 "오랫동안 군림해온 법인데 하루아침에 한꺼번에 바뀔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고 다른 참석자가 전했다.
지난 9월 MBC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보안법 같은 낡은 유물은 칼집에 넣어 박물관으로 보내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언급한 것과 많이 다르다.
◇경제 챙기겠다="중소기업과 영세상인들이 자금난에 부닥쳐 몹시 어렵다"는 김혁규(金爀珪) 의원의 말에 노 대통령은 "경제는 올해도 열심히 해왔고, 경제 지표상으로 괜찮은데 중소기업과 영세상인들의 타격이 심한 것 같다"면서 "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여러 정책을 내년에 펼쳐 반드시 좋아질 수 있게 하겠다"고 했다.
또 "앞으로 경제와 정부혁신에 매진할 생각"이라면서 "연구개발(R&D) 자금을 중소기업들에 많이 풀어야겠다"고 덧붙였다.
◇당 잘하고 있다=노 대통령은 4자 회담에 대해 "민주주의는 타협의 정치"라며 "아주 잘한 일"이라고 격려했다.
열린우리당이 2005년 국정 운영의 키워드를 민생경제, 평화번영, 국민통합으로 잡았다고 이부영 의장이 보고하자 노 대통령은 "잘 정하신 것 같다"며 격려했다.
노 대통령은 그러나 개각 등 다른 정치현안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다고 이병완(李炳浣) 청와대 홍보수석이 전했다.
◇연말 일정 축소=노 대통령은 23일로 예정됐던 중소기업특위 회의와 산업공단 현장방문 등 일정을 취소하는 등 연말일정을 대폭 축소하고 있다.
새로운 국정구상을 위해 사색의 시간을 가지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김종민 청와대 대변인은 "잇단 해외순방으로 밀린 국내 업무가 많은 데다, 내년도 국정구상 등을 위해 연기할 수 있는 일정은 내년으로 미루고 있다"고 전했다.
최재왕기자 jw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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