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대구 성서공단 (주)신풍섬유. 40여 대 에어제트 직기가 쉴 새 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섬유업계가 불황이라는데 여기는 왜 이리 바쁘냐고 물었더니 "쏟아지는 주문물량을 모두 감당할 수 없어 고민"이라고 한다.
이 공장에서 나오는 물건은 등산복·스키복 등 이른바 '아웃도어용 기능성 섬유'.
웰빙바람에다 레저스포츠 열풍까지 불면서 아웃도어용 기능성 섬유시장이 호황을 맞고 있다.
지역 섬유업체 대다수가 고통스러웠던 한 해였지만 아웃도어용 기능성 소재를 만드는 섬유업체들의 세밑 표정은 밝기만 했다.
◇아웃도어 섬유의 질주
1993년 창업 이후, 아웃도어용 기능성 섬유를 꾸준히 출시해 온 (주)신풍섬유 윤상배 대표는 "전반적인 섬유경기 불황에도 불구하고 아웃도어 섬유에 대한 수요는 꾸준한 편"이라면서 "최근에는 독일 아디다스 봉제공장에서 주문이 들어올 만큼 우리 제품이 세계적으로도 인정받고 있다"라고 했다.
신풍섬유는 세계적 등산복 업체인 노스페이스, 콜럼비아, 스포츠웨어업체인 나이키, 필라, 리복 등에 자사 제품을 납품하고 있다.
아웃도어 섬유를 만드는 역내 섬유업체는 (주)범삼공, (주)대준글로벌, (주)보광, (주)대성무역 등 10여 곳. 이들 업체들은 전반적인 섬유경기 침체에도 불구, 아웃도어 섬유 부문의 꾸준한 성장 덕분에 한숨을 돌리고 있다.
(주)대성무역 강기원 대표는 "일반섬유 매출은 지난해보다 50% 정도 감소한 데 반해 아웃도어 섬유 매출은 20% 정도 신장했다"고 했다.
◇1조 원을 눈앞에
업계는 올해 아웃도어 시장 규모를 우리나라에서만 8천억 원으로 예상하고 있다.
2001년 이후 매년 평균 30% 이상 고속성장하고 있는 아웃도어 시장은 최근 주5일제 시행으로 덩치를 더 키우고 있다
업계는 2, 3년 안에 시장규모가 1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점치고 있다.
대형의류업체들도 아웃도어 의류시장 다툼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다.
FnC코오롱은 최근 안트벨트, 팀버랜드 등 신규브랜드를 출시했고, 등산용품 전문업체인 K2코리아도 지난해 50개 수준이던 매장을 올해 134개로 늘렸다
캐주얼 의류업체인 베이직하우스는 듀폰사의 원단을 들여와 아웃도어 의류시장에 진출했고, LG패션도 프랑스 아웃도어 브랜드 '라푸마'를 도입해 내년 1월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등산복 브랜드인 노스페이스는 국내 대리점을 지난해보다 30% 정도 늘렸고 내년 매출 목표를 2배로 늘려 잡는 등 아웃도어 시장 쟁탈전이 한층 가열되고 있다.
◇브랜드 가치를 키워라
쿨맥스, 고어텍스, 쉴러 등 외국 유명 브랜드 라벨이 붙은 등산복 세트의 가격은 100만 원이 넘는다.
그만큼 기능성 아웃도어 섬유의 부가가치는 엄청나다.
하지만, 지역 아웃도어 섬유업체들은 국내는 물론 외국에서도 품질을 인정받고 있지만 '브랜드'가 약해 고수익을 기대하기 힘든 상태.
신풍섬유연구소 권오경 소장은 "외국 브랜드와 비교해봐도 품질에서 크게 뒤지지 않지만 브랜드 가치가 약해 제값을 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기술력뿐만 아니라 브랜드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마케팅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라고 했다.
이와 관련, 신풍섬유는 최근 연구소를 설립해 소재개발에 힘쓰는 한편 '스윙쿨'(Swing Cool), '이노텍스'(inno-tex) 등 4개의 자체브랜드를 개발, 3년 전부터 해외 전시회에 꾸준히 참가해 브랜드를 일정 부분 인정받고 있다.
(주)보광도 자체브랜드인 '프론텍스'(Frontex)를 내세워 해외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주)대성무역은 시즌마다 20여 개의 아이템을 출시하는 등 소재개발에 힘쓰고 있다.
한국섬유개발연구원 소재개발팀 조대현 팀장은 "아웃도어 섬유는 앞으로 한 원단에 모든 기능을 압축한 복합소재로 발전할 것"이라면서 "이 같은 추세에서 뒤지지 않기 위해 지역기업들의 '고유 브랜드'를 알리는데 투자해야 하며 지방·중앙정부도 이를 도와야 한다"고 했다.
이재교기자 ilmare@imaeil.com사진: 웰빙 열풍과 주5일제 확산 등으로 레포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아웃도어 의류를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성서공단에서 아웃도어용 기능성 섬유를 생산하는 신풍 섬유 공장 내부. 김태형기자 thkim21@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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