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합실을 떠도는 노숙자에서 연봉 1억 원의 세일즈왕으로!'
올 한 해 혼자서 냉장고 세탁기 등 전자제품 25억 원어치를 판매한 이정훈(36) 삼성전자 경북지사 리더스그룹장은 '인생역전'의 주인공이라 불릴 만하다. 1997년 외환위기 직후 경영하던 대리점이 부도나는 바람에 6개월 동안 노숙자로 전국을 떠돌았던 그가 이젠 10만 명에 이르는 전국의 삼성전자 판매사원 중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판매왕'으로 변신하는데 성공했다.
대학졸업 후 전공인 전자공학을 살려 컴퓨터업에 뛰어든 그는 대리점 직원을 거쳐 전자 대리점을 경영할 정도로 자리를 잡았었다. 그러나 97년에 터진 외환위기로 그의 인생은 곤두박질쳤다. 납품대금 3억여 원을 받지 못해 부도를 내고 결국은 노숙자 신세로 굴러 떨어졌다.
"정말 세상 모두가 싫었습니다. 내 자신에 대한 실망도 컸어요." 노부모와 부인·자녀를 외면한 채 6개월이 넘게 서울역 대합실과 찜질방을 전전했다. 가장이 갑자기 집을 나가는 바람에 가족들은 하루 아침에 생활보호대상자가 됐다.
'이렇게 살아서는 안되겠다'는 생각 끝에 그는 부정수표단속법 위반부터 해결하기 위해 스스로 대구수성경찰서를 찾았다. 그곳에서 치매로 병원에 입원한 어머니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들었고 겨우 임종을 지켰다. 몸과 마음이 지쳤지만 대리운전 기사 등을 하면서 '희망의 끈'을 꽉 쥐었다.
2002년 4월 잿빛으로 가득찼던 그의 인생에 새로운 전기가 찾아왔다. 전자대리점을 할 때 그의 성실함을 눈여겨봤던 삼성전자 간부의 주선으로 삼성전자 가전제품 판매사원 자리를 얻었다. "정해진 퇴근시간은 오후 6시지만 고객을 만나느라 매일 밤 11시에 귀가할 정도로 열심히 뛰었습니다. 노숙자로 떠돌 때의 막막한 심정을 떠올리며 스스로를 채찍질했지요." 기업체나 호텔 병원 관공서 등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냉장고 세탁기를 한 대라도 더 팔기 위해 기를 썼다. 특유의 성실함에다 컴퓨터에 대한 해박한 지식이 밑바탕이 돼 고객이 하나둘 늘어갔다.
고객이 부르면 언제든 달려가는 그의 성실함 덕분에 단골고객만도 900여 명에 이를 정도다. 이 그룹장이 내년에 목표로 삼은 판매액은 40억 원, 전국에서 1등을 차지하는 게 그의 새해 포부다. 8천만 원에 그쳤던(?) 연봉도 1억 원 이상으로 기대하고 있다.
부도를 내 피해를 입혔던 사람들에게 한 달에 수십만 원씩 입금하고 있다. 노숙할 때 지켜봤던 어려운 처지의 사람들을 돕기 위해 시작한 봉사활동도 내년에는 더 키울 생각이다.
"저 때문에 피해를 입었던 분들이 신문에 나온 저를 보고 찾아오시면 최선을 다해 갚겠습니다." 그는 감당못할 역경 속에서도 끝까지 믿어준 가족들의 격려가 힘이었다고 했다.
이대현기자 sky@imaeil.com
사진설명 : 노숙자에서 삼성전자 판매왕이 된 이정훈씨는 "포기하지 않으면 실패는 없다"고 강조했다. 김태형기자 thkim21@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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