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한 사람이 아내와 함께 홀어머니를 모시고 살았어. 그런데 갑자기 어머니가 병이 들어서 암만 애를 써도 낫지를 않네. 좋다는 약은 다 써 보고 용하다는 의원은 다 불러다 보여도 차도가 없어. 점점 병이 깊어가더란 말이지.
그래서 걱정을 하고 있는데, 하루는 한 스님이 동냥을 하러 왔어. 그래 쌀을 정성껏 씻어서 줬더니, 스님이 가만히 집안을 살펴보고는 하는 말이,
"이 집에 틀림없이 병든 사람이 있을 텐데, 이 병은 산짐승 백 마리를 고아 먹어야 낫겠소."
이러거든. 그 말만 하고는 그냥 바람같이 가버리는 거야.
그래서 아들이 그날부터 산에 가서 산짐승을 잡기 시작했어. 어떻게든 어머니 병을 고쳐 보려고 말이야. 그런데 산짐승 잡기가 어디 쉽나? 산돼지를 잡으려니 사나워서 못 잡고, 노루를 잡으려니 재빨라서 못 잡고, 산토끼를 잡으려니 꾀가 많아 못 잡고, 이러니 제대로 잡을 수가 있나. 뭘 한 마리라도 잡는 날보다 허탕치는 날이 더 많지.
날은 자꾸 가고, 어머니 병은 점점 더 깊어지고, 마음은 바쁜데 산짐승은 안 잡히고, 이래서 아들은 아주 피가 말랐어. 그런데 하루는 밤에 꿈을 꾸니까 허연 산신령님이 나타나서 하는 말이,
"네 정성이 지극하니 내 한 가지 방도를 일러 주겠노라. 내일은 산에 가거든 동쪽 골짜기 큰 바위 밑을 파 보도록 하여라."
이런단 말이야. 아들이 잠을 깨자마자 산으로 달려가서 동쪽 골짜기 큰 바위 밑을 파 봤어. 그랬더니 거기서 뭐가 나오는고 하니 책 한 권이 나오더래.
'이 책으로 어떻게 산짐승을 잡는단 말인가?'
이상하게 여기고 책을 펴서 앞쪽에 쓰인 글자를 소리 내어 읽었지. 아, 그랬더니 이게 웬일이야? 갑자기 자기 몸이 호랑이로 변하네. 그냥 커다란 호랑이가 됐어.
호랑이가 되니까 산짐승 잡기가 얼마나 쉬워? 산돼지고 노루고 토끼고 간에 힘 안들이고 쉽사리 잡을 수가 있지. 이래서 아들은 산짐승을 아주 푸지게 잡았어. 잡은 산짐승을 모두 물어다 집 마당에 갖다 놓고, 이번에는 책 뒤쪽에 쓰인 글자를 읽었더니 도로 사람 모습으로 돌아오더래.
이렇게 해서 아들은 날마다 산짐승을 여러 마리 잡아다가 어머니께 고아 드렸어. 그래서 그런지 어머니 병도 점점 나아가더래. 날마다 부지런히 산짐승을 잡아서, 이제 얼마 안 있으면 백 마리를 채울 판이야.
그런데 아내가 가만히 보니 남편이 날마다 새벽 일찍 나가서 밤늦게 돌아오는데, 그때마다 산짐승을 많이 잡아 가지고 오거든. 하도 이상해서 하루는 새벽에 몰래 지켜봤어. 문 뒤에 숨어서 가만히 보니까, 글쎄 남편이 책을 펴들고 중얼중얼 읽더니 금세 호랑이가 돼 가지고 달려나가지 뭐야.
아내가 기겁을 하고 생각하기를,
'남편이 저 책을 읽더니 흉측한 호랑이가 되는구나. 저 책만 없으면 호랑이로 변하는 일도 없을 테지.'
하고는 그만 그 책을 불에 태워버렸어.
아들이 저녁에 산짐승을 잡아 가지고 집에 돌아와서 책을 찾으니 책이 없거든. 그래서 영영 사람으로 못 돌아오고, 그 다음부터 줄곧 호랑이로만 살았다는 이야기야.
서정오(아동문학가)
댓글 많은 뉴스
나경원 "李 장남 결혼, 비공개라며 계좌는 왜?…위선·기만"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재산 70억 주진우가 2억 김민석 심판?…자신 있나" 與박선원 반박
김민석 "벌거벗겨진 것 같다는 아내, 눈에 실핏줄 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