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는 황금의 나라 였던 것 같다. 신라에서 나온 금귀고리만 해도 무려 700여 점. 고구려 20여 점, 백제 40여 점과는 비교가 안 된다. 전 세계에서 확인된 이 시기의 금관 10개 가운데 신라 경주에서 5점이 출토된 것만 봐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황금의 나라를 조금 더 가까이서 만나기 위해 체험팀은 경주민속공예촌 내에 있는 삼선방의 김진배 귀금속 공예가를 찾아갔다.
◇천마총의 금관과 유물
체험팀은 경주 대릉원에 있는 천마총을 먼저 찾아갔다. 천마도가 나와서 천마총이란 이름이 붙여진 이곳은 돌무지덧널식의 무덤인데 내부를 전시관으로 꾸며놓았다. 이곳엔 금관과 금제모, 금제나비모양관장식, 금제허리띠드리개 등이 있다.
금관은 고대인들의 사상이 농축된 상징물이다. 금관을 아름다운 미적 대상물로만 여기기엔 그 의미가 깊기 때문에 금관을 만든 신라인들의 의식을 되짚어봐야 금관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금관은 크게 정면의 출자(出字) 나무모양, 사슴 뿔 모양, 곡옥과 영락, 금테 등으로 나눌 수 있다. 북방아시아의 고대 유목민들은 나무를 아주 신령스런 존재로 여겼다. 하늘을 향해 자라는 나무는 하늘을 통하는 사다리로서 신과 인간을 연결해주는 매개체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몽고엔 하늘로 통한다는 우주나무가 있고, 우리에겐 마을 어귀마다 당산나무가 있었다. 사슴은 새와 함께 신과 인간을 이어주는 사자(使者)라고 생각해 신령스런 존재로서 금관에 표현되었다. 솟대의 새와 같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
금관에 매달려 있는 곡옥은 굽은 옥이라는 뜻으로 태아, 즉 생명을 상징한다. 신라 금관의 디자인은 나무를 숭배하는 기마민족들 사이에서 널리 유행된 것으로 곡옥은 나무의 과실로 여겨졌다. 과실은 생명을 이어가는 씨앗을 품고 있었으므로 신라 금관은 생명의 탄생과 자손의 번영을 의미하고 있다.
금관 외에 흥미를 끄는 유물은 금제허리띠드리개였다. 순금으로 만든 허리띠에 손칼, 족집게, 약통, 곡옥 등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어 그 물건들을 꼼꼼히 살펴보는 것도 하나의 즐거움이었다. 신라인들이 북아시아 유목민의 후손이란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상징물이었다. 유목민들이 이동생활을 하면서 사용하기 위해 허리에 차고 다니던 칼, 숫돌 등 각종 연장들을 농경민들은 하나의 장식품으로 바꾸어 놓은 것이다.
◇금관 만들기
천마총을 나와 경주박물관의 신라관에서 실제 천마총 금관과 여러 가지 귀금속 유물을 확인하는 시간도 유익했다. 다양한 모양의 귀고리와 목걸이, 팔찌, 반지를 관람하고 삼선방의 김진배씨를 만나러 갔다. 김씨는 금관 제작의 명인으로 천마총의 금관 복제품을 만들기도 했다. 마침 동으로 금관 만들기 작업을 하고 있었다.
"금관을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금판에다 나무 모양과 사슴 뿔 모양의 밑그림을 대고 본을 뜹니다. 본을 뜨고 잘라내면 금관이 똑바로 서있지 않고 휘청거리는데 이것을 똑바로 세워주기 위해 나무 모양과 사슴 뿔 주변에 가는 정으로 일일이 점을 찍습니다." 설명처럼 점을 찍지 않은 나무 모양은 휘청거렸지만 속칭 '뽈록이'를 한 나무 모양은 휘청거리지 않고 빳빳하게 버티고 있었다. 신라인들의 놀라운 지혜를 알 수 있었다.
체험팀 어린이들은 팥만한 크기의 동그란 영락에 가는 정으로 구멍을 뚫고 금관에 매달기 위해 금실을 꿰는 체험을 했다.
"금관 하나 만드는데 얼마나 걸리나요?" 아이들의 질문에 김씨는 "15일이 걸린다"라고 했다. 단순하게만 보이는 금관 하나의 제작 시간을 알게 되자 금관이 보통의 땀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김경호(아이눈체험교육문화원장)
사진: 체험팀 어린이들이 김진배 공예가와 함께 금관 만들기 체험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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