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대중교통 개혁-(1)위기의 택시

올해 대구의 대중교통 시스템이 획기적으로 달라진다.

하반기에 대구지하철 2호선이 개통되고 버스준공영제가 시행되기 때문. 대구시는 2005년을 '대중교통 개혁 원년의 해'로 정하고 대중교통 이용을 극대화하기로 했다.

시민 서비스가 크게 개선될지, 아니면 또 다른 시행착오가 될지는 미지수다.

대중교통 개혁의 문제점 및 실태 등을 4차례에 걸쳐 살펴봤다.

편집자주

1. 위기의 택시

2. 시내버스 대개혁

3. 대구 지하철 2호선 시대

4. 대구시의 대중교통 개혁 의지는?

지난달 28일 오후 동대구역 앞 택시 승강장. 택시 수십 대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몇몇 기사들은 아예 택시 밖으로 나와 연방 담배를 피워물었다.

택시에 타 동구청으로 가자고 했더니 기사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기본요금 손님 태우려고 여기서 30분, 1시간씩 기다린 줄 압니까. 미치겠습니다.

"

택시가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오랜 불황과 LPG 가격 급등 등 최악의 상황에서 악전고투하는 대구 택시업계에 내년 지하철 2호선 및 버스 준공영제 시행이라는 '철퇴'까지 맞게 됐다.

오는 9월 개통 예정인 지하철 2호선(달성군 다사~수성구 고산)의 경우 대구에서 유동 인구가 가장 많은 반월당, 범어네거리뿐 아니라 달서구 성서 및 수성구 시지 등도 경유한다

오는 10월 버스 준공영제 시행과 함께 '무료환승제'가 시작되면 버스-버스뿐 아니라 버스-지하철 간 무료 환승이 가능해지고 버스 노선도 지하철에 맞춰 재개편된다.

인천의 경우 지난해 1월부터 시내버스 환승 무료제를 시행한 뒤 버스 이용객이 20%가량 늘었다.

택시 승객이 그만큼 줄게 된다는 의미다.

법인택시 기사 김모(52)씨는 "출·퇴근 시간은 물론 새벽이나 한밤에 택시를 이용했던 승객도 지하철로 몰릴 것"이라며 "언제까지 운전대를 잡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대구지역의 실차율(주행거리 중 승객을 태우고 영업한 거리의 비율)은 다른 도시에 비해 턱없이 낮은 실정이다.

시에 따르면 대구의 실차율은 52.2%로 서울 64.1%, 부산 61.9%, 인천 56.9%, 대전 56.5%, 광주 58.4%, 울산 59.1% 등 7대 도시 가운데 가장 낮다.

때문에 요금 인상은 엄두도 못 낸다.

서울 및 부산, 인천 등 전국 5개 도시는 내년에 15~28% 정도의 택시 요금을 올릴 계획이지만 대구만은 예외다.

손님이 줄다 보니 법인택시의 경우 운전기사를 못 구해 세워둔 택시가 부지기수다.

택시업체 100곳에 '운휴 택시'가 무려 30%에 이른다

LPG 가격은 '천정부지'로 뛰고 있다.

지난 2002년 11월 기준 1ℓ당 542원에서 지난달엔 759원으로 올랐다.

10년 전에 비해 3배가량 인상된 것.

대구시 택시운송사업조합 김진명 상무는 "LPG 인상분에 대한 보조금이 있지만 LPG 가격이 너무 올라 수지타산을 맞출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이처럼 어려운 상황에도 해결책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부제 조정도 할 만큼 했다.

법인택시를 8부제에서 6부제, 개인택시 경우 4부제에서 3부제로 조정했다.

법인택시의 서울 무부제, 부산 10부제, 인천 12부제, 광주 8부제 등과 비교할 때 한계에 도달한 셈이다.

개인택시 면허 발급을 중단한 지도 벌써 수년째다.

대구의 경우 255건의 신규면허를 발급한 지난 2001년 이후 지금까지 전혀 발급되지 않고 있고 향후 전망도 어둡다.

시 대중교통과 관계자는 "택시 수가 1만7천대나 돼 줄여야 하는 게 최선이지만 방법이 없다"면서 "그렇다고 개인면허 발급을 수년간 기다려온 이들에게 더 기다리라고 할 수도 없다"고 난감해 했다.

이 같은 위기를 극복하려면 택시의 정체성을 되찾고 몸집 줄이기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아울러 소규모 업체들의 합병 및 퇴출 등을 통해 업체 경영을 건실하게 한 뒤 택시 운송수익금 전액관리제를 시행하는 한편 완전 월급제도 도입해야 한다는 것. 정부가 지난 2001년부터 2006년 말까지를 '법인택시 자율적 구조조정기간'으로 정해 자율적 인수 합병 등을 유도하고 있지만 성과가 없다.

택시업계의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대구택시개혁추진연합 박용우씨는 "복지택시나 중형택시를 도입하든 기본요금을 얼마로 하든 시장 자율에 맡겨 서비스 경쟁을 유도해야 한다"면서 "완전월급제를 도입한 서울의 일부 업체의 경우 인건비 지출은 조금 늘었지만 교통사고가 20~30%대로 떨어져 오히려 더 이익을 얻고 있다"고 했다.

택시에 걸맞은 서비스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는 지적도 높다.

시민 오모(53)씨는 "승객이 제대로 된 서비스를 받고, 존중받는다는 느낌을 갖는다면 택시 이용자가 다시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이호준기자 hoper@imaeil.com

사진설명 : 대구국제공항 승강장에서 손님을 기다리다 지친 한 택시기사가 잠이 들어있다. 이상철기자 finder@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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